[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아(000270)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에 최초로 적용한 구독형 서비스(FoD·Function on Demand)를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확장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FoD는 헤드라이트 무늬 변경, 원격 주차지원 등의 특정 서비스를 일정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다. 내연기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 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전략사업중 하나로 꼽힌다.
| 서울 성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시현중인 커넥트 스트어.(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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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완벽한 SDV 만들어야 경쟁 앞선다”8일
현대차(005380)는 이날 현재 ‘글로벌 커넥티드 사업전략 수립’ 조직 내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부는 현대차의 SDV 체제 전환에 발맞춰 커넥티드 서비스의 글로벌 디지털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곳이다. SDV는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IT)기기로 보고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집중하는 개념이다. 한 마디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 같은 전략은 올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정 회장은 미래 자동차 경쟁력은 운전 성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될 것으로 보고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소프트웨어 자동차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보다 완벽한 SDV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인재채용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로벌 커넥티드 사업 전략 수립 인재 채용 공고. 구독형 서비스(FoD)의 아이템 기획 및 운영안 수립, 주요 시장별 FoD 사업 런칭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캡처=현대차 채용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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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재채용을 통해 글로벌 FoD 사업 개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앱처럼 다운 받아 사용하는 FoD는 정 회장이 강조한 SDV 체제의 핵심 요소다. 현대차그룹이 EV9을 통해 최초로 선보인 FoD 서비스는 현재 총 3가지다. 원격으로 차를 주차하고 출차하는 등 주차 보조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차량 전면부의 디지털 그릴 모양을 선택할 수 있는 ‘라이팅 패턴’, 차에서 음원 콘텐츠를 즐기는 ‘스트리밍 플러스’ 등이다. 예를 들어 EV9을 구매한 차주들은 매월 1만20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시장별 경쟁력을 고려해 권역별·차종별로 차별화된 FoD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업체의 FoD 운영방식을 분석하고 가격 등을 책정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옵션들도 해외시장 특성에 맞춰 다 다르게 출시되고 있다”며 “FoD 서비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장 차별화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대형 전기차 EV9의 모습. (사진=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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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D 서비스 고도화..페이먼트 시스템과 결합 관건
현대차그룹은 향후 FoD 서비스를 고도화해 영화, 게임, 화상회의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서비스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개인 생활 스타일에 맞춘 사양 위주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FoD 서비스는 향후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하는 결제(페이먼트) 시스템과 결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월 특허청에 현대페이(Hyundai Pay)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4월에는 제네시스 페이(Genesis Pay) 상표권도 등록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FoD 서비스를 첫 적용한 기아와 달리 현대차는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업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현대차는 아직 어떤 차종에 어떤 서비스를 적용할지 정해진 바 없고 대략적으로 내년 하반기 출시 시점만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