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美하원의장 유력 매카시…바이든 견제 주력할 듯

美공화 매카시 원내대표,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출사표
동료들에 "지지해달라" 서한…親트럼프 성향 정통 보수의원
선거 전부터 바이든 견제 예고…하원 장악후 본격화할듯
2번째 하원의장 도전, 무난한 승리 전망…위협 경쟁자 없어
  • 등록 2022-11-10 오후 12:21:19

    수정 2022-11-10 오후 9:13:0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사진=AFP)


親트럼프 성향 정통 보수 매카시…바이든 견제 본격화할 듯

9일(현지시간)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의원에 당선된 공화당 후보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하원의장에 출마하겠다며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서한에서 “다수당이 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제 우리는 다수당 (지위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매카시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제20선거구에서 여유롭게 승리하고, 전날 밤부터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건네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하원을 되찾으면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다음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프리덤 코커스’(공화당 내 강경 우익 성향의 하원의원들의 모임)의 가장 극단적인 세력들과도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화당의 저명한 지도자로서 그의 입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하원의장은 공식적으로는 국가 권력서열 3위지만, 각종 예산안과 법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서열 2위 상원의장(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상원이 기존과 동일하게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게 되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에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선거 전부터 이러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지난달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하원의장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뒤 “백지수표는 안된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지난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가장 먼저 이민정책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CBS방송은 “동료 공화당원들로부터 표를 쟁취해내는 매카시 원내대표의 능력은 하원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을 채택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법안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민주당이 하원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만큼 공화당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이자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의원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렸을 때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 ‘트럼프 호위무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가 하원에서 얼마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느냐에 따라 2024년 미 대통령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번째 하원의장 도전, 무난한 승리 전망…위협 경쟁자 없어

매카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에도 하원의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관련한 ‘말실수’로 중도 사퇴했다. 공화당이 주도해 설치한 하원 벵가지특별위원회가 사실상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이 유력한 민주당 대선주자였기 때문에 정치적 파장이 컸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9선 의원이 된 매카시 원내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 주의회를 거쳐 200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의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등과 ‘영건스’(Young Guns)로 불리며 2010년 전후로 보수 세력의 세대교체를 추진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던 2014~2018년엔 존 베이너, 라이언 전 하원의장 밑에서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소수당이 된 2019년 이후에도 원내대표를 맡아왔다.

미 하원의장은 다수당 내 선출 절차를 거친 뒤 제118대 의회가 시작하는 내년 1월 3일 전체 하원의원 투표로 결정된다. 공화당은 다음주 차기 지도부를 꾸리고 하원의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원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이 일부 있지만, 매카시 원내대표를 위협할 만한 당내 경쟁자는 없는 상황이다. 평소 매카시 원내대표를 비평했던 의원들도 그가 하원의장이 되는 것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간선거 최종 의석 확보 수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원의장에 당선되려면 과반인 218명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당내 이탈표가 생기면 과반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한국 시간 오전 11시 50분 기준 공화당은 207석, 민주당은 189석을 각각 확보했으며, 최종적으로는 공화당이 224석, 민주당이 21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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