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투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팔 수 있도록 허용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혼선을 빚고 있다.
증권사에만 허용됐던 일임형 ISA가 은행에도 허용되면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은행들은 당장 2~3주만에 투자일임업을 준비해 내달초 일괄로 금융당국에 투자일임 허가 신청서를 내야 한다. 그 사이 조직을 만들고 투자일임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보충하고 전산구축도 새로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내달말 일제히 투자일임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 일임형ISA를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증권사가 일임형ISA 상품을 내놓는 내달 14일보다 보름 가량 늦게 출시하게 된다.
주요 은행에서 ISA 관련 TF를 꾸린 것은 관련 세제혜택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였다. 작년 말 국회에서 ISA에 ‘투자일임 상품’까지 세제혜택을 허용키로 하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지만, 은행은 여전히 신탁형 ISA 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투자일임 상품까지 팔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쉽사리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은행들이 원하던 일임형ISA가 허용됐지만 너무 뒤늦게야 그 문이 열리면서 번갯불에 콩 볶기가 돼버린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다. 투자일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상황에서 한 달 남았는데 시스템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임형ISA가 허용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높은 수익률에 대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형 상품만 취급한다고 해도 고객과 상담할 때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고 했었다”면서도 “다만 일임형ISA가 도입되면 신탁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