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ISA `투자일임업` 허용…은행, "바쁘다 바뻐"

한달 남겨두고 조직부터 전산구축까지 다시
  • 등록 2016-02-17 오후 2:02:59

    수정 2016-02-17 오후 2:05:2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탁과 투자일임은 구분해서 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신탁ISA랑 일임ISA랑 같은 조직에서 취급할 수 있나요?”

은행도 투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팔 수 있도록 허용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혼선을 빚고 있다.

증권사에만 허용됐던 일임형 ISA가 은행에도 허용되면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은행들은 당장 2~3주만에 투자일임업을 준비해 내달초 일괄로 금융당국에 투자일임 허가 신청서를 내야 한다. 그 사이 조직을 만들고 투자일임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보충하고 전산구축도 새로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내달말 일제히 투자일임업을 허가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 일임형ISA를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증권사가 일임형ISA 상품을 내놓는 내달 14일보다 보름 가량 늦게 출시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법률 검토를 통해서 신탁형ISA랑 일임형ISA랑 같은 조직에 두고 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가 확정돼야 조직을 꾸리고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신탁, 일임업의 정보교류를 차단한 자본시장법과 관련, 유권해석을 내릴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신탁형ISA를 준비하던 인력, 조직과는 별도로 일임형ISA를 준비해야 하는지, 같은 조직내에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히 결정나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은행에서 ISA 관련 TF를 꾸린 것은 관련 세제혜택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였다. 작년 말 국회에서 ISA에 ‘투자일임 상품’까지 세제혜택을 허용키로 하면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지만, 은행은 여전히 신탁형 ISA 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투자일임 상품까지 팔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쉽사리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은행들이 원하던 일임형ISA가 허용됐지만 너무 뒤늦게야 그 문이 열리면서 번갯불에 콩 볶기가 돼버린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다. 투자일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상황에서 한 달 남았는데 시스템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ISA상품 전략도 다시 짜야 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먼저 고객 잡기’가 우선이었다. 금융권 통틀어 한 사람당 한 계좌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의무 가입기간이 최장 5년이라 한 번 고객을 유치하면 장기간 묶어둘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한 은행에선 상품이 출시되기 두 달여전부터 예약 등 사전마케팅을 실시했다가 불건전 영업행위로 이를 중단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은행권 전반에서 자동차, 하와이 여행상품권 등을 내걸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일임형ISA가 허용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높은 수익률에 대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형 상품만 취급한다고 해도 고객과 상담할 때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고 했었다”면서도 “다만 일임형ISA가 도입되면 신탁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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