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예상했던 대로 법적 소송카드가 들려 있었다. 신동빈 측도 소송은 예상했던 바라며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SDJ(신동주 이니셜) 코퍼레이션 회장이라는 그의 새 직함과 그를 보좌하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등 거물급 고문단은 신 전부회장이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생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의 의지도 엿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을 향해 다시 겨눈 칼날은 예상보다 날카롭지는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의 주 무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위임장과 법적 소송카드가 전부였다. 하지만 법적 소송카드는 이미 예견돼 있었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친필 위임장도 신동빈 측에 큰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롯데그룹(롯데쇼핑(023530))도 즉각 대응 보도자료를 내고 위임장의 가치를 평가 절하했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듯이 위임장도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의 행위는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으로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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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부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그룹 경영권을 손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롯데그룹 경영자에서 야인으로 내려온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SDJ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회장에 취임했다. SDJ 코퍼레이션은 그의 한국 내 활동과 법적 소송전을 지원할 베이스 캠프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거물급 보좌진도 다수 영입했다. 신 전 부회장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 총재를 고문으로 영입, 이번 소송과 관련해 조언을 듣기로 했다. 또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변호사 등을 일본과 한국 소송전의 책임자로 영입했다. 신동빈 회장과의 2차 대전을 간단히 끝내지 않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통해 그룹 경영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을 부당하게 몰아냈다고 주장하지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형식적 절차를 거쳤던 만큼 법원에서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지분의 경제적 가치’라는 논리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동생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8월 주총에서 동생에게 패해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신 전 부회장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도 약점이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부인인 조은주 씨가 대독하도록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마이크를 통해 육성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신 전 부회장의 이미지가 대중에 부정적으로 비춰 질 수 있어서다.
상황은 분명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불리한 여건을 딛고 동생에게 다시 칼을 겨눈 만큼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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