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초강력 엘니뇨..곡물가격 급등 우려

역대 두번재로 강력한 엘니뇨 관측
곡물, 코코아, 면화 등 소프트원자재 가격 하방경직 요인
  • 등록 2015-09-02 오후 3:29:54

    수정 2015-09-02 오후 3:29:5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1990년대 후반 지구를 강타했던 엘니뇨(El Nino) 현상이 올해 다시 기세를 떨치면서 상품가격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 기상청은 2일(현지시간)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8월 말 태평양 지역의 수온이 1997~1998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평균보다 2도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온도 상승은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설상가상으로 태평양에서 사상 처음으로 3개가 한꺼번에 관측된 ‘카테고리 4’ 태풍들도 바람 방향을 바꿔놓으면서 엘니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태풍 최고 등급은 카테고리 5다. 이에 따라 호주 기상청은 올해 말 엘니뇨가 또다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에서 바람이 약해지거나 바람 방향이 바뀌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상 올라가고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이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 엘니뇨는 동남아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북미지역 홍수를 초래한 바 있다.

어거스 산토소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기후변화 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은 “지금부터 12월까지 호주와 아시아에서 건조한 기후가 나타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심각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농가는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코아, 커피, 면화, 설탕 등 경작으로 수확하는 원자재 가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올해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급락했다. 그러나 엘니뇨가 농작물 작황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커피나 코코아, 팜오일 등의 가격 하락폭이 주춤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현상을 발표한 이후 12개월 동안 에너지 이외 상품 가격은 평균 5.3% 올랐다. 오렐리아 브리치 BMI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부 농산물의 가격을 부추기근 유일한 변수가 엘니뇨”라고 말했다.

엘니뇨로 인한 건조한 기후는 동남아와 중앙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쌀, 설탕, 면화 등에서 세계 최대 생산지대지만 올해 들어 8월까지 강우량이 예년보다 12% 줄었다. 또 브라질 남부 지역 기후가 예년보다 습해지면서 설탕 수확이 앞으로 두 달간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커피 재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앙 아메리카를 비롯해 세계 코코아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에서는 강우량이 평년에 비해 줄어 생산량 전망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8월 코코아값은 수확량 감소에 대한 우려로 상승곡선을 그린 바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에 캐피탈이코노믹스 소속 연구원 해미시 스미스는 “엘니뇨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농작물 작황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설탕이다. 국제설탕협회(ISO)에 따르면 9월 현재 세계 설탕 재고는 8300만톤으로 연간 글로벌 소비의 절반에 달한다. 설탕가격이 수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엘니뇨 피해가 극심할 경우 설탕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ISO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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