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2050선을 회복했지만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하락장을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는데다 대형 수출주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호재 없는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삼성 KODEX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한 달간 5.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10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가 한 달 사이 2030선까지 내려오며 인버스ETF의 성적은 강세를 보인 것이다.
KB투자증권의 ‘KB스타코리아리버스인덱스’나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스피200인버스인덱스’도 최근 한 달간 4%대의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은 이 같은 베어마켓펀드(약세장에서 수익률을 내는 상품)의 강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 판단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외국인의 선물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수급 악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주요 베어마켓펀드 수익률 현황(단위%, 설정액순, 출처:KG제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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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대차잔고는 13억7948만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5억9000만주를 넘긴 후, 하락세를 보이던 대형주 대차잔고가 4월말부터 수직 상승하며 현재 연중 최고치에 바싹 붙은 5억8574만주를 기록하고 있다.
| 코스피 대차잔고 현황(단위:주수, 출처: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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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선물 시장 역시 불안정하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외국인이 6월 무려 1만9475계약 선물을 순매도하며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를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이달 16거래일 매도 우위였던 날은 12거래일에 이른다. 상승장이던 이날(22일) 역시 차익거래에서 3억원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비차익거래에서 552억원의 순매도가 나오며 프로그램 매매는 지수의 힘을 뺐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둘러싼 긴장감은 채권단과 그리스의 의향에 따라 잦아들 수 있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과반수 이상이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만큼 미국 금리 인상과 이머징 시장 내 자금 이탈은 서서히 펼쳐질 것이라는 평가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도감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가 2100포인트까지 반등한다면 일단 포트폴리오 일부분을 차익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2분기 실적 발표 역시 암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500개 기업의 당기순이익 에상치는 2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2분기 24조원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저 역풍을 맞은 자동차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해 매출 감소를 겪은 내수소비재 등 일부 업종의 실적 추정치는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수출주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업종별로 경쟁력을 지녔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