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2인자의 삶..장성택 체포 사진 공개하며 숙청 공식화

신병 처리 관심.."이미 처형됐다" 주장도 나와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최룡해 급부상 주목
  • 등록 2013-12-09 오후 5:14:05

    수정 2013-12-09 오후 5:22:3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북한이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 사실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북한의 향후 권력구도 변화와 이로 인한 남북관계 영향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전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장성택 실각설을 처음 제기한 후 6일 만에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로써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장성택의 ‘2인자의 삶’은 40여 년 만에 막을 내렸다.

주목되는 것은 장성택의 숙청 과정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이 해임된 원인에 대해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부정부패, 해외도박, 여성들과의 부당한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북한이 고위 간부를 숙청하면서 그 이유를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조선중앙TV는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앉아있던 장성택이 인민보안원에 의해 체포되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는 1970년대 이전에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북한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중심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장문의 발표를 통해 장성택 숙청 사실을 확인한 것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까지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과 확고한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설사 장성택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게 북한 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장성택 숙청 소식을 1면에 보도하고 2면에는 ‘우리는 당신 밖에 모른다’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와 악보를 실었다. 가사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 당신께 충실하리라’라는 내용이다.

장성택의 신병 처리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다. 그러나 북한에서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는 가장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므로 공개처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자유북한방송은 장성택이 이미 지난 5일 처형됐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확인은 되지 않는다.

향후 권력 구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최룡해는 장성택에 의해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인물이지만, 김정은 정권의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장성택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대표적 경제통이던 장성택의 몰락으로 북한의 대외 개방 속도가 느려질 경우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망은 어렵지만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 내부 동향이나 대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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