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신임 총재로 내정된 우에다 가즈오(71)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다. 고집스럽게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현 총재와 달리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정책 대응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우에다 내정자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금융경제 전문가다. 그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지도한 스탠리 피셔 전 MIT 교수(연준 전 부의장)의 제자이기도 하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그를 ‘일본의 버냉키’라고 칭하기도 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 간 긴밀한 협력과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차기 총재는 이런 점을 감안해 지명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우에다 내정자는 특히 특정 통화정책을 고수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그를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라면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가진 지도라기보다는 시장을 경청하고 시장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BOJ 심의위원일 전속 직원으로 일했던 이노우에 데쓰야 노무라종합연구소 연구원도 “사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스타일”이라며 “현재 일본 경제와 물가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일 모델에 의존하기 않을 것이고, 경제이론을 정책 유연화의 도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침착하고 결코 화를 내지 않으면서 타협점을 찾는 데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긴축 정책 전환을 원하는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내정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스퍼 콜 도쿄 모넥스그룹 국장은 “그가 조심스럽지만 변화를 피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어떤 식이든 빠른 승리에는 몰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과학자이고, 독단적인 사람이 아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