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내주 유류세 한시 인하 연장 조치를 발표한다. 최근 농산물을 중심으로 치솟았던 먹거리 가격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름값이 물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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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 이후부터는 2개월씩 늘려온 이 조치는 이번에도 6월까지 2개월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지난 2021년 11월 한시 도입한 이 조치는 총 9차례 연장해 32개월째 시행하게 된다.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결정한 배경에는 국제유가가 오르는 영향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과일을 비롯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개월 연속 3%대로 끌어올린 일부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등 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그간 유류세 인하 연장은 OPEC플러스(+)의 원유 감산 발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등 유가 상승 위기감이 컸던 때 주로 이뤄졌다. 한국 원유 수입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일부터 사흘째 배럴당 90달러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만 약 20% 오른 북해산 브렌트유는 미국의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급등이 점쳐진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8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 올해 들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유가 급등세는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아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74.12원, 경유는 1551.84원으로 연중 최저치(1월 20일)와 비교하면 이미 각각 111.72원, 79.61원 증가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9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 과정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3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정부로서는 추가 연장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되면 유류세 인하도 추가 연장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