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수뇌부가 위기극복 방안을 위해 제시한 네 가지 키워드다. 최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을 위한 동력으로 ‘기술의 중요성’과 ‘인재 영입’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던진 것에 더해 협력사와 상생,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축까지 더해 삼성의 미래 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관계사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 마련을 위한 비상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안팎에선 맏형인 ‘삼성’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맞춰 ‘낙수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장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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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개발 집중…비상경영 돌입할 듯
삼성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을 주재로 전자 및 전자관계사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 반부터 8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로 진행할 정도로 최근 위기극복 방안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삼성 사장단 회의가 개최됐다”며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각오로 새롭게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 혁명시대는 글로벌 기술 변화 속도가 기존 시대와 달리 재빠른 만큼 판단을 주저하거나 망설일 경우 기술 패권 전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특히 사장단은 ‘차세대 기술 개발’ 관련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지난 17일 귀국길에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점을 고려해 삼성이 기존의 한계를 돌파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확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은 또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현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를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자 관계사는 이날 토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실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삼성 각 계열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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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기업의 역할도 주요 의제로 다뤄
사장단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 생태계 활성화 방안,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주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뿐만 아니라 협력사도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겠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창립 50주년에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동행을 계속 강조해 왔다”며 “이번 사장단회의에서 상생과 사회적 역할이 주요한 의제가 될 정도로 동행은 삼성의 주요 경영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