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19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중앙연구소 옆 롤링힐스 호텔에서 시승회를 열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그룹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다. 파일럿 출시는 팰리세이드가 가져온 대형 SUV 시장 폭발에 편승한 듯 하다.
“파일럿이 팰리세이드와 어떤 점이 다르냐”는 질문에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파일럿은 수입 SUV로 팰리세이드보단 포드 익스플로러가 주요 경쟁 상대”라고 답했다. 혼다코리아가 밝힌 국내 판매 목표는 월 140대로 많진 않다. 기존 파일럿이 월 평균 100대 정도 팔린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익스플로러 고객을 뺏어와야 한다. 익스플로러는 국내에서 월 500대를 팔고 있다.
파일럿은 2003년 1세대를 출시한 후 지난달까지 북미에서만 190만대 이상 팔렸다. 베스트셀링 대형 SUV다. 현대차는 맥스크루즈 후속인 팰리세이드로 북미 대형 SUV 시장을 다시 한 번 노크한다. 지금까지는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팰리세이드가 성공하려면 역으로 파일럿 판매를 뺏어와야 하는 운명인 셈이다.
파일럿은 5490만원의 8인승, 5950만원의 7인승 엘리트 두 모델로 출시됐다. 그 중 시승차는 7인승 엘리트 모델이다. 7인승 모델은 2열 시트가 독립식으로 들어가 2명이 탑승 할 수 있다. 8인승 2열은 일반적인 벤치형 시트로 3명이 앉을 수 있다.
2열 루프 단의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전용 리모콘을 이용해 조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HDMI 단자를 연결해 영화를 보거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운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무선 헤드폰도 마련했다. 1열에 앉은 운전자와 2,3열 승객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캐빈 토크 기능도 달려 있다. 파일럿은 팰리세이드와 달리 2,3열도 정숙성이 뛰어나다. 팰리세이드는 디젤을 감안해도 2,3열에서 풍절음이나 노면 타이어 소음이 꽤나 올라온다. 캐빈 토크야말로 2,3열 승객과 대화하려면 팰리세이드에서 꼭 필요한 기능이다(물론 달려 있다). 2열 천장에는 면적이 넓은 글라스 루프가 장착된다. 팰리세이드와 마찬가지로 개방은 되지 않지만 2,3열 승객의 시각적인 답답함은 많이 줄여준다. 1열 선루프는 활짝 열린다.
승차감은 정말 부드럽다. SUV 느낌보다는 미니밴 오딧세이의 주행 질감과 닮아 있다. 파일럿 역시 오딧세이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급가속을 하면 날카로운 엔진음이 가슴을 울린다. 파일럿은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내진 않지만 어느 영역에서나 부족하지 않은 꾸준함을 보여준다. 파일럿의 복합 연비는 8.4km/L로 동급 대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이날 시내 주행에서 막 뽑은 신차(주행거리 10km)를 감안하더라도 5km/L의 극악무도한 연비를 보여줬다. 고속도로에서는 두자릿수 10km/L가 가능하다.
파일럿에는 초고강성 강판을 포함, 다양한 강성 수준의 강판이 차체 곳곳에 사용됐다. 덕분에 2018년 미국고속도로손해보험협회의 신차 안전도 검사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획득했다.
파일럿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기본기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형 SUV를 개발하며 축적된 노하우와 보이지 않는 기술력이 파일럿에 농익어 있다. 파일럿은 대형 SUV를 단순히 흉내내지 않았다. 대형 SUV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듣고 적용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녹아 있다. 2열 통풍시트 같은 편의장비는 팰리세이드에 비해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파일럿은 대형 SUV로써 공간, 안전, 탄탄한 달리기 실력의 기본기 3박자를 갖추고 있다. 정숙성에 민감하면서 가족을 위한 무난한 대형 SUV를 원한다면 파일럿은 좋은 선택지다.
한줄평
장점 : 곤히 잠든 아이가 깨질 않을 만큼 부드러운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정숙성
단점 : 사악한 실연비...연비 운전을 하지 않으면 시내에서 리터당 5km도 못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