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후쿠야마 “미중 무역전쟁, 제2의 대공황 부를 수도"

  • 등록 2018-07-06 오후 2:29:43

    수정 2018-07-06 오후 4:36:30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6일 미국시각 자정을 기반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세계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사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제2의 대공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후쿠야마 교수는 6일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30년 미국이 발동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대공황의 심화를 야기해 제2차 대전의 원인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란 미국이 대공항 초기인 1930년 산업보호를 위해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다. 미국이 이 법을 시행하자 여러 국가가 보복관세 조치, 수입 제한 조치 등으로 맞섰고 무역 거래가 급감하며 대공황이 심화됐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과세 부과를 강행하자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되는 현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런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원하는 이는 없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자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국제적인 질서를 유지하던 기능 등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8~9일 있었던 G7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분출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G7에 복귀시키려는 것에 대해서도 “이제 와서 러시아를 복귀시킬 이유가 있을까”라며 “푸틴 대통령은 적(미국과 유럽)들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며 미소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지난달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진의는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보답받지 못한 채 평화의 주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소중한 패만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자신의 정의에 취해 권력을 휘두르며 방해가 되는 제도나 기관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세계를 흔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전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정권이 재임에 실패하면 다행이지만 재임에 성공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세계의 리더라는 역할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가가 힘을 키워가며 2차 대전 후 국제 질서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일본이나 유럽, 호주와 같은 나라가 국제질서를 지켜야할 막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 대해서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이나 우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자신들의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방위비 증가나 자위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일본계 미국인 3세인 후쿠야마 교수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확산을 예언한 ‘역사의 종언’이라는 저서로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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