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최고치 기록한 환율, 한국증시에 독일까 약일까

자동차주 제외 수출주 약세 흐름
실적 우려, 달러 강세 지속에 따른 수급 악재 우려
  • 등록 2015-07-20 오후 4:35:37

    수정 2015-07-20 오후 4:35:37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를 넘어섰지만 한국 증시는 조용하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수출주들은 2% 이상 하락하며 부진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4.6원 오른 1152.1원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에는 전거래일대비 5.3원 오른 1152.8원을 기록하면서 연고점은 물론 2년만에 장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다르게 관련주 움직임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이날 대형 수출주 중에서는 현대차(005380)가 0.4%, 500원 오른 12만4000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기아차(000270)가 1.36%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2.3%, 3만원 하락한 12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000660) 역시 3.25%, 1300원 추락한 3만8650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환율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흐름인 것이다.

원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수출주에는 호재로 꼽힌다. 수출기업의 실적에는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소외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진 대형주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환율과 수출물가 간에 상관계수와 베타계수가 높은 일반기계, 가전, 자동차, 정밀기기, 음식료, 통신기기, 섬유, 비금속 업종은 최근 환율 상승이 수출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들 업종은 하반기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형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최근 환율 흐름이 수급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원화 강세를 노리고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어 달러 강세는 한국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꼽힌다. 실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는 듯 했던 외국인은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던 지난 17일부터 이틀동안 943억원을 매도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 수출 기업들의 영업 제반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데다 원화 약세보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걱정하는 외국인이 주식 사는 것을 미루게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원화 약세만으로 수출주가 반응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글로벌 경제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외국인 매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환율이 고점을 찍은 뒤에야 위험요인이 추가로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에는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은 최소한 미국 금리인상 이벤트 이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12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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