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이후 일상 공간 속 밀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퇴근길을 비롯해,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등 일상적인 공간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압사’를 새로운 도시 속 재난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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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선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3일 오후 3시 현재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3명 등 329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통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경사 진 좁은 골목길이라는 지형적 특성 등이 결합돼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였다.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숨진 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반응이다. 이미 익숙해져 위험에 둔감해진 일상 속 밀집상황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이들도 많았다.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 야구장 등 스포츠 경기장, 스탠딩 공연장 등에 경각심이 생기면서 사회적 분위기 역시 변하고 있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인천의 문학야구장에 간 직장인 박모(31)씨는 “각 이닝을 마칠 때마다 계단을 조심해라, 귀가 시에는 경찰과 관계자 통솔에 따라 질서 있게 나가달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떴다”며 “원래 없던 문구가 계속 나오고, 유사 시 탈출로 설명도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출퇴근 때에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환승을 하는 직장인 양모(30)씨도 “솔직히 이전엔 ‘무조건 타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요새는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무리하게 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처럼 도심 속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는 이전에도 나왔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지난 2020년 ‘신종 대형 도시재난’의 한 유형으로 ‘압사 사고’를 제시한 바 있다. 연구원은 “문화축제, 공연, 경기, 집회 등이 늘어나며 압사 발생 잠재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설계 및 방재 기준에는 최근의 변화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개선사항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늦었지만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압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최자 없는 축제’ 안전 규제를 위해 다중 밀집 인파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위치 추적과 드론 등 기술을 이용한 분석·예측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압사라는 사고 유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협회장은 “‘사람이 많이 모여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수적”이라며 “좁은 길뿐만이 아니라 넓은 광장에서의 밀집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대응을 마련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키워가고,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일반 시민들도 작은 부분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역을 제일 잘 아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소방, 경찰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고, 개인들도 전국적 재난대비훈련을 계기로 인식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