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새치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진= AFP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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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불라는 14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누가 먼저 백신을 맞을지를 논의하는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이 우선 접종대상이라는데 합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CDC의 엄격한 규정을 염두에 두고 순서를 어기면서까지 먼저 백신을 맞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불라는 “난 건강한 59세이고 의료 일선 종사자도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내 차례는 아니지만, 회사의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접종하는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화이자 CEO가 백신을 맞으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미국은 이날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첫 백신 접종자인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52)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팔에 맞았다.
린지는 백신을 맞은 뒤 “오늘 희망과 안도를 느낀다. 저는 이것이 우리 역사의 고통스러운 시간의 끝을 알리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줬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화상으로 접종 장면을 지켜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백신이 이 전쟁을 끝낼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린지를 시작으로 백신 접종은 미국 전역에서 이뤄졌다. 90세 백인 할머니를 비롯한 노년층이 첫 접종자였던 영국과 달리 미국에선 의료진이 먼저 주사를 맞았다. 미 보건당국은 내년 2월쯤 일반인들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