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구글 '갑질' 방지법 공개…수수료 책정 기준 계약서에 담긴다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률 제정
배민, 네이버 쇼핑 등 대부분 플랫폼 규제
계약서 작성에 초점..수수료 기준 등 공개
상생협약, 분쟁조정 등 갑질해소 자율 유도
  • 등록 2020-09-28 오후 12:00:00

    수정 2020-09-28 오후 1:42:08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하여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네이버,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거래에 대한 불공정행위(갑질)을 차단하는 법률안이 제정된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을 정부 규제 안에 포섭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계약서를 작성하고, 분쟁 발생 시 조정협의회를 운영하거나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갑을’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이 잡혀 있다.

다만 플랫폼업체들은 아직 태동기에 있는 플랫폼산업에 칼을 들이댈 경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골자의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해 28일부터 11월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네이버, 구글, 배달의 민족 등은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불린다. 이들 업체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해당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결국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흡수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승자독식 현상이 벌어진다.

‘갑을’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간 △구입강제 △부당한 손해 전가 △경영간섭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한다. 기존 제조업 기반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은 플랫폼업체를 규율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간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도 법 규제망에 포섭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플랫폼업체의 범위를 정보제공, 소비자로부터 청약접수 등으로 계약관계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상품·용역 ‘거래의 개시를 알선’하는 서비스로 분류했다.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 서비스, 검색광고 서비스 등이 해당한다. 직전사업년도의 수수료수입(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의 기업에 해당한다. 네이버(035420)의 경우 단순 검색서비스는 제외하지만, 거래개시를 알선하는 비교쇼핑,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는 규제망에 포섭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기본적으로 제외되지만, 플랫폼안에서 이뤄지는 상품광고 거래는 법을 적용받는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법 적용대상 중개거래는 최소 80조원 규모로 보이고, 입점업체는 140만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거래는 국경간 경계없이 이뤄지는 점도 고려해 국내입점업체와 국내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외국기업도 소재지 등과 관계없이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가 앱을 사용하고, 입점업체가 있다면 플랫폼법을 적용 받는다.
어떤 규제 적용 받는가

온라인 플랫폼법의 핵심 중 하나는 계약서 체결이다. 공정위는 ‘갑을’ 문제는 제대로된 계약서가 없어 발생한다는 판단에 입점업체와 플랫폼업체 간 제대로 된 계약 체결에 방점을 찍었다. 가맹법이 대부분 계약서 체결에 방점을 찍은 것과 유사하다.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는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가 담겨 있다. 플랫폼업체의 대표적인 ‘갑질’은 수수료 분쟁인데, 플랫폼업체는 수수료를 책정한 기준과 부과 방식 등을 입점업체한테 투명하게 알리도록 규정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쟁당국 입장에서 수수료 적정성 여부에 대해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계약서에 수수료 책정 방식에 대해 투명하게 알리고 계약을 해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약서에는 앱에서 입점업체에 대한 노출방식 및 순서 결정 기준도 담아야 한다. 이를테면 네이버 쇼핑에서 상단페이지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어떤 키워드를 쓸 경우 가점을 부여받는지 등을 알려야 한다. 다만 공정위는 알고리즘의 경우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알고리즘까지 공개하는 것은 제외했다.

또 계약서에는 플랫폼업체가 직접 판매 또는 서비스하는 재화와 다른 입점업체간 재화를 차별취급하는지 여부도 담겨야 한다. 예를들어 카카오T 앱이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택시를 우대했는지 여부도 계약서에 담겨야 한다.

공정위는 이같은 계약서를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최소 15일 이전에는 입점업체에 사전통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서비스 일부를 제한 및 중지할 경우 최소 7일이전, 종료의 경우 최소 30일 이전에 내용 및 이유를 사전통지해야 한다.

유럽(EU)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을 제정하면서 계약서 보다는 약관에 이같은 규정을 담도록 했다. 일종의 사적 계약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적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정부가 계약서를 체결하도록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 안 지키면 어떤 제재?


플랫폼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필수기재사항을 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및 과징금(법위반 금액의 2배)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은 최소화했다. 입점업체가 ‘갑질 신고’를 하는 등 행위에 대한 보복 또는 시정명령 불이행 등에만 검찰 고발을 하기로 했다.

구입강제, 부당한 손해 전가행위,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등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표준계약서 도입, 상생협력, 분쟁조정협의회 등을 운영하도록 일종의 ‘연성규범’을 최대한 적용했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거나 상생협력을 강화하거나,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신속하게 갑질 문제를 구제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협약 가점을 주고 우수 기업은 직권조사 면제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공정위 조사 제재까지 2~3년이라는 시일이 걸리는 점도 고려해 자진시정제인 ‘동의의결’도 도입했다. ICT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감안해 기업이 갑질 문제를 자진 시정하면 공정위가 별도의 과징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조 위원장은 “이번 법안의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자율적 상생협력 등 연성규범을 도입해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도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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