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이다. 모바일 앱 접속이 어렵다는 것은 시중은행으로 치면 영업시간에 점포 문을 닫은 것과 같은 의미다. 일종의 ‘셧다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시간 은행을 찾았던 고객들은 은행거래를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접속오류로 피해 입은 소비자를 구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을 정도다.
1000만고객 돌파, 카카오 대주주 심사 승인 같은 굵직한 뉴스에 가려있지만, 불과 수십분이라도 예고없는 셧다운은 은행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카뱅은 사과 한마디하고 별일 없었다는 듯 넘어갔다.
비슷한 일은 제3인터넷은행을 노리는 간편 송금업체 토스에서도 벌어졌다. 23일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됐다. 내부 시스템 설정에 문제가 생긴 결과다. 토스의 서비스 중단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토스는 고객이 맡긴 돈으로 송금을 하거나 물건을 결제하는 일을 하는 금융회사다. 가입자 수도 100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빈번하게 서비스가 멈춘 것이다.
문제는 온라인 상에서 이런 행사가 가져올 파장을 가늠하기도 통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썰렁하게 끝을 낼 수도 있고, 카뱅의 이벤트처럼 사전신청에 100만명이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과 접점이 모바일 채널 하나뿐인 핀테크 업체로서는 리스크다. 카뱅 역시 이번에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서버를 증설하는 등의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 하지만 “접속 증가량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입구가 하나인 대형마트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날 문앞에서 90% 폭탄세일을 한 것”이라며 “모바일 세계에서는 쏠림이 더 심한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엄격하다는 금융당국마저 이러니 업계 역시 서비스 중단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장 카뱅은 며칠간 신용대출 신청이 중단되거나 체크카드 결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살얼음판 속에서 이벤트를 지속했다. 심지어 토스는 8월부터 토스카드 사용액의 10%를 되돌려주는 페이백 행사를 준비중이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이벤트를 하다 서버에 무리가 갔는데 불과 2개월 사이 제대로 시스템을 보강했을지 의문이다. 비슷한 사고가 또 터지면 누구의 책임일까.
신뢰는 금융 산업의 본질이다. 모바일에 의존하는 핀테크 업체라면 1~2초의 접속장애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믿고 돈을 맡긴다. 만의 하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모든 것을 멈추고 재발 방지책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다. 업(業)의 본질을 소홀히 한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