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줌인]'흙속 진주'에 베팅한 타고난 승부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등록 2014-09-22 오후 4:11:36

    수정 2014-09-22 오후 4:11:36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57) 소프트뱅크 회장 주가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미 일본의 ‘워런 버핏’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탁월한 투자감각을 갖추고 있다. 알리바바 기업공개(IPO)의 성공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손 회장은 2000년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약 205억원)를 투자해 알리바바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14년 전인 2000년 평소 친분이 있던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소개로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해도 알리바바는 가능성 있는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를 이끌던 마윈 회장을 만난 손 회장은 알리바바 사업 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지 단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손 회장은 마 회장의 열정과 중국 전자 상거래에 대한 비전과 가능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갖고 있던 중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 타오바오 주식과 야후가 갖고 있던 알리바바 주식을 맞교환해 투자액을 늘렸다.

알리바바는 손 회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업계 황제로 등극했다.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무려 80%에 이른다. 알리바바의 두 사이트 타오바오와 티엔마오 거래액은 무려 1조 위안(약 174조원)으로 중국 전체 GDP의 2%에 해당된다. 이베이와 아마존 거래 규모를 합친 것보다 크다.

흙속의 진주를 일치감치 알아본 손 회장에게 알리바바의 IPO는 화룡점정이 됐다. 지난주말 뉴욕시장에 상장돼 첫 거래된 알리바바는 공모가(68달러)보다 38.07% 오른 93.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3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시가총액으로는 구글(약 4010억달러)에 이어 인터넷 기업 가운데 2위다. 시가총액으로 페이스북(2000억달러)을 넘어섰고, 동종 업체 아마존닷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시가총액이 전날 공모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비슷했지만 하루 만에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렸다.

이에 따라 일본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5000억엔(4조8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손 회장은 야나이 다다시(65)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을 제치고 일본 부자 1위에 등극했다.

소프트뱅크는 2000년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약 207억원)를 투자해 현재 지분 32.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9일 종가 기준으로 748억달러가 넘는다. 손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알리바바 지분을 더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중국 온라인 사업과 알리바바 가능성에 무한 베팅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그동안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줬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적극적인 제휴와 매수전략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미국 스프린트 넥스텔을 인수하며 매출 기준 세계 3위 통신 기업으로 우뚝 섰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일본 업계 1위 NTT도코모를 제쳤다. 이룰 수 없는 꿈들을 차례차례 현실화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T모바일 인수에 실패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손정의 IT제국’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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