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현대 `섭정` 너머 `직할통치`..전망은?

`현 회장의 그룹 회장" 입지강화 `무위` 의도
최종 현대그룹 경영권, 여전히 숙제로 남아
  • 등록 2003-11-14 오후 3:14:55

    수정 2003-11-14 오후 3:14:55

[edaily 문주용기자] KCC(금강고려(002380)화학)이 현대그룹 경영권 접수를 노골화했다. 그동안 집안 내부간 갈등에 대한 외부 여론을 의식, 외부 세력에 대한 경영권 보호라는 `지원`과 `섭정`의 자세를 보였으나 마침내 경영권을 아예 장악하고, 직할통치에 나설 뜻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정씨 인가, 정씨가 아닌가? 금강고려화학이 현대의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세운 현대그룹이 다른 외부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외부세력은 `피부색깔`로 구분하는게 아니라 `정씨인가, 정씨가 아닌가` 라는 혈통이라는 매우 배타적 기준을 따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그동안 현대에 대한 이같은 집착에 대해 다분히 현대그룹을 위한 충정으로 표현해왔다. 현대가 어려울때마다 스포츠팀을 매입하는등 경제적 지원을 해준 점이나 정주영 창업주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 등을 보이면서 다른 정씨 일가들로 하여금 `그의 진정`을 믿게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측은 이런 진정을 의심케하는 행동으로 현대그룹을 사실상 장악했다.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20%가 넘는 지분을 은밀히 사들이는 한편, 현정은 회장측에 외국인들의 공세에 맞서 대항하려 할때는 지분을 사지 못하게 막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삼촌과 조카며느리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면서 감정까지 험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KCC측은 "그룹 경영권을 맡아달라는 말을 현대 구조조정본부에서 먼저 했다"면서 여전히 순수한 의도를 내세우고 있다. KCC관계자는 "정몽헌 회장 사후에 현대 구조본 사람들로부터 KCC가 나서서 현대그룹을 맡아 정리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맡아달라는 것은 경영권이 취약한 만큼 혼란한 시기에 그룹을 맡아 이끌어 주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구조정본부는 edaily보도후 "전혀 사실이 아니며 KCC측이 그룹을 흔들기 위해 음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현대 구조본은 "누가 회사를 팔기위해 그런 짓을 하겠는가"라며 "요청한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구조본은 이날 KCC측의 발표와 관련, "오늘 하면 감정적인 대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그룹을 맡아 당분간 위임 관리, 또는 섭정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정은 회장측이 고 정몽헌 회장 사후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영에 나설 뜻을 세우면서 상황은 급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정은 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는 주식자산 가치는 200억원이 채 못되는 반면 정상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범현대가로부터 빌린 돈이 580억원에 달했다는 점, 정몽헌 회장 개인입보가 무려 9800억원에 달했다는 점 등은 범 현대가의 정씨 집안어른들이 현정은 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에 쉽사리 찬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범 현대가의 관계자들은 현재 현대그룹 경영상황이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 재도약을 위해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 그동안 경영잘못에 대해 가신들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 등 지적하면서, "여태껏 경영을 해보지 않은 현정은씨로는 무리가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런 범 현대가의 우려를 안고 정상영 KCC명예회장이 당초 시작때보다는 욕심을 강하게 부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0일 "현 체제를 존중한다"는 KCC입장에 대해 현정은 회장측이 "현대그룹 회장으로서 그룹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격앙됐던 것으로 보인다. 세싸움에 대해 우위가 드러났는데도 현 회장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을 고수하겠다며 입지 강화로 나오자 이번 기회에 대주주로서 KCC의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며 숨겼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정은 회장, "할말없다" 두문불출..앞으로 전망은 이날 KCC측의 발표에 대해 현정은 회장은 "할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날 보고를 받고 "내가 할말이 없다"면서 외부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고 회장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이날 KCC의 발표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측은 KCC측이 밝힌 `현 체제 존중`입장에 대해 `묻히기` 시도를 통해 그룹회장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해려 했지만 KCC는 이날 발표에서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일뿐"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 회장에 대한 압박과 함께 현대상선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을 유추해 볼때 KCC는 현재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현정은 회장을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만 인정하고 전체 현대그룹 전반에 대한 관리는 KCC자신이 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현 회장이 등기이사가 아닌만큼 상호간 협의를 통해 상징적인 지위만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다른 가능성은 당초 정씨일가와 현씨측에서 논의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계열분리다. 정씨 일가는 현 회장측에 그룹경영권 대신 "엘리베이터+ 알파(α)"를 제안했었다. 때문에 이번에 현대상선에 대해 KCC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지분을 매입한 것은 현정은 회장측에 현대엘리베이터가 떼어준후에 현대그룹을 상선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상선의 경영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관심은 KCC가 이 다음에 현대그룹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KCC측은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KCC 계열로 편입되면 단일 그룹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같은 완전통합은 다른 범 현대 계열사들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설사 동일주로서 외형적으로는 한 그룹으로 묶이더라도 실제 경영은 분리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현대내에서는 벌써부터 현대그룹 회장으로 KCC측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KCC의 추가적인 움직임과 이에 대한 정씨 일가의 논의를 거쳐서 장기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의 향방에 대한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 일가사이에서는 아직 이부분에 대한 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KCC측이 이후의 경영권에도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매입 과정에서 문제점 있어..대세 뒤집기는 어려워 한편 현대가 기댈 곳은 금융당국 외에는 없어보인다. KCC측의 무리한 주식 매집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KCC의 지분 매입 사실에 대해 공시규정 위반여부와 의결권 제한대상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한국프랜지측를 통한 이날 지분 공시가 5%룰 위반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경우 기존에 보유한 엘리베이터 주식은 없지만 23.7%(범 현대계열사 16.2% + KCC측 7.5% 추가매입분)를 보유한 한국프랜지의 특별관계자로 돼 있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사모펀드 12.82%중 5%를 뺀 7.82%가 의결권 제한대상이 아니라 12.82%전체가 의결권 제한대상"이라고 말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또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기존 대주주의 보유주식을 초과하는 경우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KCC측이 뮤추얼펀드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된 7.81%의 지분도 규정위반 가능성이 있다. 지난 13일 현재잔고 기준으로 만 되어 있어서 5일이내 공시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KCC측도 어느 정도 자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5%룰 위반에 대해서는 그동안 주의나 경고조치에 그쳐왔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측의 기대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범 현대가의 사람들은 "대세는 이미 기운 것같다"며 "모양새를 생각해서 양측이 원만한 솔루션을 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