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31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시정연설이 야당의 보이콧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본회의장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하는 여야의 태도는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였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여야 ‘신사협정’에도 불구하고 홀로 장내 ‘피켓 시위’도 벌이기도 했다.
|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산 심사에 앞선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회의장 중앙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세 번째 구역 맨 뒷줄 가장 왼쪽 의석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미리 일어나 기다렸다가 입장하는 윤 대통령과 가장 먼저 고개 숙여 악수를 나눴다.
이어 윤 대통령은 홍 원내대표 바로 왼쪽 건너편인 두 번째 구역 맨 뒷줄 가장 오른쪽 의석에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두 번째로 목례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은 자신의 배꼽 쪽에 받치고, 오른손으로 정중히 악수를 나누며 미소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 두 번째와 세 번째 구역 사이 중앙 통로를 통해 발언대로 향하면서 양옆에 자리한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인근 의석에 있던 검사장 출신 김회재 민주당 의원 등 일부는 기립한 채로 윤 대통령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적극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앉은 채로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의석에서 먼산만 바라보다가 윤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 청해야 그제야 자리에 일어나 악수를 나누거나, 마지못해 앉은 채로 악수를 받는 모습도 여럿 포착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접근에도 모른 체하며 본회의장 정면만 응시하면서 끝내 외면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침묵하겠다는 뜻의 검정 마스크를 쓰고 앉은 채로 먼산을 바라봤다. 이 밖에도 통로 안쪽 의석에 있던 민주당 의원 여러 명은 앉은 채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만 봤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과정에서 야당의 고성과 반발 등 물리적 충돌은 다행히도 없었다. 앞서 여야가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손 팻말(피켓) 시위와 고성·야유를 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약속하면서다.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
하지만 원내 1석을 가진 진보성향 군소 야당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장내 피켓 시위를 강행했다. 그는 본회의장 발언대 가까이서 윤 대통령이 입장하고 퇴장할 때까지 앞뒤로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이라는 문구가 앞뒤로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를 본 국민의힘 의석에서 한 의원이 “예의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동안 본회의장 왼쪽에 위치한 야당에서는 침묵을 유지하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본회의장 밖에서는 윤 대통령이 입·퇴장 시 일부 야당 의원들의 ‘침묵 피켓 시위’도 진행됐다.
반면 여당에서는 윤 대통령을 적극 환대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동안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총 34번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정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이 맨 마지막 순서로 여당 의석 구역을 지날 땐, 모든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로로 나와 줄 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등 어색한 기운이 감돈 야당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당과 인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다시 국회 본회의장 가운데 문으로 퇴장하면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순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시작은 홍 원내대표, 끝은 이 대표와 인사로 마무리하면서 각각 총 두 번의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