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루블 환율은 장중 한때 100.8루블을 돌파했다(달러화 강세·루블화 약세). 장 초반만 해도 99루블대에서 거래됐다가, 갑자기 100루블을 돌파했다. 달러·루블 환율이 100루블을 돌파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초기인 지난해 2~3월 이후 거의 1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루블화 가치가 1년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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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134루블 이상 추락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금 1g당 5000루블로 고정하는 금 본위제를 부활시키면서, 지난해 여름 달러당 50~60루블선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갑자기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급락했다. 루블화는 튀르키예 리라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과 함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통화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전쟁 장기화로 국방예산 지출이 크게 늘면서 재정적자가 확대했고, 이는 루블화 가치를 추가로 끌어내렸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연간 계획의 117%에 달한다.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서방 제재로 수입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게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또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는 다만 “자본 유출로 루블화가 추락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재정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 경제 성장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꺼내들기 쉽지 않은 카드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