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인태 전략, 美·日과 차별화…'중국은 협력국' 명시

尹정부 독자적 인태 전략 최종 보고서
37쪽 보고서 9개 중점 추진 과제 제시
한반도에서 인태 지역으로 시야 넓혀
외교부 "우리나라 최초, 尹외교 독트린"
  • 등록 2022-12-28 오후 5:11:46

    수정 2022-12-28 오후 7:45:33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우리 정부의 인태 전략을 보다 구체화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 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진 외교장관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중추국 역할·책임 자임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의 인태 전략 최종본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부터 인태 전략 수립을 준비해왔다. 윤 대통령은 약 6개월 만인 지난달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3대 비전(자유·평화·번영)과 3대 협력 원칙(포용·신뢰·호혜)을 골자로 한 인태 전략의 대략적 얼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37쪽 보고서는 이를 구체화하고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9개 과제는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이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이 유엔 헌장 및 국제법 위반임을 명시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인태 지역에 긴요함을 재확인했다. 또한 국제법 원칙에 기초한 해양질서 준수 및 다자 간 연합훈련 참가, 나토(NATO) 및 쿼드(Quad)와의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확대하고, 글로벌펀드 기여 확대를 통해 보건 체계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자임했다.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 이슈에 국한되거나 경제·통상 분야 협력에만 한정됐던 과거 정부와 달리 앞으로는 인태 지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내 현안에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적 범위로는 북태평양(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몽골 등),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인도 등),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 태평양도서국 등),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가 해당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차이점에 대해 “신남방 정책이 아세안과 인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엔 인태 지역이 포함됐다”면서도 “아세안 중심성은 계속 유지된다. 아세안이 인태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웃”…싱하이밍, 설명회 참석

정부는 한국판 인태 전략이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일본 등 국가의 전략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종 보고서에는 ‘주요 협력국’으로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라며 “국제 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전환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이것이 미국 인태 전략과의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인태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뒤 외교부는 주한 외교단과 여타 정부기관, 학계 인사 등을 초청하고 공식 설명회를 가졌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50여개국이 참석했다.

기조연설에 직접 나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이라며 “지역 및 글로벌 사안에 대한 능동적인 한국 외교의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인태 전략은 보편적 가치 수호와 증진을 대외 전략으로 명시한 최초 사례”라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독트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인태 지역에는 세계 인구의 65%가 거주하고 있다. 세계 GDP의 62%, 무역의 46%, 해양 운송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인태 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8%, 수입액의 6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20대 교역 대상국의 과반수가 위치하고, 해외 직접 투자의 66%가 이뤄지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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