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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시대에 특정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막으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시스템 반도체·플랫폼 독과점 남용 감시 강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골자의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내 삶속의 공정경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갑을관계 및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및 남용 해소에 나섰다. 반면 올해에는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 생태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보다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타깃은 ICT분야 독과점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다. 4차산업시대는 ‘승자독식’ 구조를 띄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특정플랫폼이 데이터 등을 독점하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해당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결국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흡수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히 ‘ICT특별전담팀’을 가동해 플랫폼분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을 제재하기 위한 틀인 심사지침도 내년까지 만든다.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을 제재하기 위한 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정위 법집행 방향의 가이드라인역할을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심사지침에 따라 사업모델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법집행 예측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헬스산업에서 불공정한 계약조항으로 강소기업의 시장진입 및 성장을 방해하는 행위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사업자를 대상으로 게약변경시 이의제기 금지, 계약 이견이 있을 때 공공기관의 해석을 우선하는 불공정 계약조항도 칼을 댄다. 소프트웨어사업자가 하도급을 줄 경우 부당하게 하도급대가를 줄이는 관행도 손을 볼 예정이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킥보드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에서 계약해지, 환불 등 소비자 대상 불공정약관도 시정한다. 이외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관, 드론 안전사고 등 신유형 상품·서비스 분야의 피해 예방을 위해 표준약관과 중요정보 고시 등도 개정한다.
공정위는 ICT분야 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동의의결제도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과징금, 고발 처분을 내리기 전에 불공정행위를 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피해구제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인정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우수기업(80점) 이상 점수를 받으면 직권조사를 면제받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비계열 중소기업으로 내부거래를 전환하거나 거래 비중을 늘리는지 여부 등을 반영할 예정이다. 물류, SI(시스템통합)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는 ‘일감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해 일감 개방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유형자산이 아닌 산업재산권, 영업권, 라이센스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해서는 공시를 보다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의한 통제를 강화한다. 현재는 무형자산으로 통채로 공시하고 있지만 세부영역별로 공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대규모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도 보다 구체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갑을 관계 개선분야는 공정위가 과거처럼 일일이 칼날을 휘두르기보다는 ‘을’의 협상력을 키워 ‘갑’과 대등하게 거래 및 계약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아울러 가맹희망자에게 가맹본부가 평균 가맹점 운영기간, 매출부진시 지원 내역 등을 계약체결전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면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경제력집중과 갑을관계 개선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동시에 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도록 ICT분야에 대한 감시도 똑같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