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이 감소했다는 통계수치를 접하게 되면 주택 가격도 함께 떨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인해 가격이 형성된다고 봤을 때, 거래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이므로 가격도 함께 하락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다다부동산파트너스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가의 평균 평단가를 조사하여 각 지역의 평균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수도권의 평단가는 2017년 3월에 비해 4월에는 모두 상승했다. 수도권은 3월 평단가가 1358만 원이었으나 4월에는 1400만 원으로 확인되었고, 서울은 3월 2032만 원이던 평단가는 2138만 원으로 5.2%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천, 경기 지역도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소폭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방은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관심있는 지역의 매가 변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거래가 될 수 있는 주택이 5채 있었다고 하자. 그 중 작년에 3채가 거래가 되었다. 올해는 남은 2채가 거래되는데, 작년에 3명의 수요자가 주택을 매수할 때는 선택의 폭이 비교적 다양해 안정적인 주택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2채만 남았을 때는 원하는 사람이 3명만 되어도 매수 경쟁(?)을 해야 한다. 따라서 매도자가 호가로 내놓은 가격이 실거래가로 등극(?)할 수 있으므로 주택 가격은 오르게 된다. 거래량은 작년 3채에서 올해 2채로 줄었지만, 가격은 작년보다 월등히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숫자의 함정은 여기에 있다. 수치로 보여지고, 비율로 보여지는 부동산의 거래량이나 시세의 변화폭은 사실 단순히 그 숫자로 판단하기에 너무 많은 요소들이 숨어있다. 하나의 숫자에 빠지면 그 내면을 확인하기 힘들고, 다른 수치와의 연관성을 읽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때 작은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그 숫자가 가지고 있는 속뜻을 파악하는 것이 투자 고수로 가는 길이다.
숫자에 현혹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평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지역의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할 때, 우리는 그곳의 집값이 뛸만한 호재가 있는지, 혹은 투자자들의 몰림 현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물론 호재가 있고, 투자자가 몰릴 만큼 매력적인 지역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대규모의 신규 분양이 진행되면서 갑작스럽게 그 지역의 매매가 평균이 조정될 수도 있다.
부동산 관련 기사나 정부에서 공개하는 자료는 평균이나 비율로 형성된 데이터의 숫자를 통해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거시적인 방향성을 보는 데에 참고하는 것이 좋다. 현재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개별적으로 투자를 한다거나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을 찾는 데에 이 모든 데이터가 딱 맞기는 쉽지 않다. 점점더 개별적이고 지엽적으로 변화폭이 다양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는 지역이나 개별 주택에 대한 조사는 미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공부하며 내가 만드는 데이터, 내가 발로 뛴 조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오은석 ‘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의 저자로서 ‘북극성주’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20년차 부동산 실전투자 고수다. 다음 카페 ‘북극성’을 통해 7만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전파하며 멘티들이 시행착오 없이 투자하고 경제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얻은 수입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