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유라이브(Urive)’로 유명한 미동전자통신(161570)은 임직원 30여명 규모의 강소기업이다. 설립 5년 차에 코스닥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고, 매출액 성장세는 가파르면서도 야무지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미동전자통신 본사에서 김범수 대표이사(사진)를 만났다.
공학도 출신 사장의 우연한 선택
전기공학과 인연을 맺은 뒤의 인생도 우연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가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된 것도, 블랙박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우전자 재직 시절,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따러 카이스트(KAIST)에 다녔다. 연구원으로서 전문적인 학력이 필요했고, 회사 차원에서도 학위 따는 일을 도와줬다.
하지만 그가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회사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 대우전자의 주인은 바뀌었고 이 때문에 그도 회사를 나와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된 것이다.
창업이 항상 순탄치는 없았다. 월 200만원의 박봉으로 가족들의 눈치에 시달리기도 했고, 지친 회사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미동전자통신을 창업하기 전 그는 영상을 이용한 지능형 자동차 시스템 연구에 푹 빠져 있었다.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한 업체로부터 택시 내부를 촬영할 모바일 CCTV 개발 의뢰가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영상을 저장하는 장치도 개발하게 됐다. 우연한 선택은 옳았다. 당시 지능형 자동차 시장보단 블랙박스 시장이 더 커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주된 사업 방향을 블랙박스로 튼 것이다.
‘통제’ 없는 기업 문화..주인 의식으로 승부하다
“우리는 직원을 ‘통제’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창의력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설립 이래 회사를 떠난 사람도 없습니다. 세세한 경영 상황까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미동전자통신의 직원 모두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주주다. 임직원들은 회사 설립부터 지분을 나눠 가졌다. 이 때문에 굳이 관료주의적 통제를 하지 않아도 직원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차입 경영’ 고집..현금보유고만 300억
시장에 뛰어들어 자리를 잡기까지 임직원들은 원래 받아야 할 급여의 60% 수준만 받고 일했다. 이익이 날 때까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을 사장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외부 차입을 통해 넉넉히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해서는 돈의 귀중함을 모른다는 생각에 ‘무차입 경영’을 고집했다.
김 대표는 “사업 첫해에는 매출액이 20억원 정도에 그쳐 매우 어려웠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대표가 돈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이 급여를 양보한 결과 현재 현금보유고는 300억원 가까이 될 정도로 튼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남미 진출..국내 점유율도 2년 내 2배로”
블랙박스 시장은 지난 2009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2008년 판매량은 6만여대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1만대로, 지난해엔 240만대가 팔렸다. 업계에선 블랙박스 설치 차량에 대해 자동차보험료를 5% 깎아주고, 앞으로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올해에도 300만대 규모의 블랙박스가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박스 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이 머지 않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미동전자통신도 해외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남미 시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장환경을 갖추고 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에선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면 올해 하반기에는 현지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2년 안에 두 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블랙박스 회사로선 유일한 상장사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내년에는 시장점유율 40%(2013년말 현재 25%)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사업에만 ‘올인’해 있어 SK텔레콤이나 KT 등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장 공략에 나서거나 다른 대체재가 개발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 대표는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광고모델 ‘수지’ 선정..“프리미엄 브랜드 알리겠다”
미동전자통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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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고 모델 로열티도 높은 수지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면서 경쟁사 제품보다 우리 제품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20여 명의 광고 모델 후보군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수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무상증자는 유통 주식수 늘리기 위한 것”
지난달 9일 미동전자통신은 보통주 1주당 2주를 배정하는 통 큰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증권업계에선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자, 주가를 올리기 위해 무상증자를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동전자통신의 주가가 내렸을 때 싼 값에 주식을 사고자 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무상증자로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다.
김 대표는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 언젠가는 또 내리기 마련이라 경영자 입장에선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주가 부양 목적에서 무상증자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무상증자는 현금보유고가 300억원으로 넉넉한 상황에서 자본금은 15억원 밖에 안 돼 자본금을 늘리려는 목적에서 단행한 것”이라며 “300만주 밖에 안 되는 유통 주식수도 너무 적다고 봤는데, 유통 주식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이 주식을 쉽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한 기업의 주식을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회사의 성공에 기뻐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김 대표는 그 꿈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김범수 대표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정보통신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는 현대전자에서 일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 신호처리 연구실과 대우전자를 거쳐 2001년에는 디지탈온넷 기술 총괄이사를 역임했다. 대표이사직은 2003년 제타네트에서 처음 맡았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미동전자통신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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