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혁당 발언' 사법부 반응은?

  • 등록 2012-09-11 오후 9:46:26

    수정 2012-09-11 오후 9:46:26

[서울=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민혁명당(인혁당)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사법부는 박 후보의 발언이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일각에선 유력 대선 주자의 법적 이해 수준이 지나치게 미흡한 것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재경지법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대법원의 취지와 법적인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발언인 것 같다”며 “사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행정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후보로 나선 사람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1차 인혁당 사건과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혼동한 듯한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팩트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법률적으로 재심이 이뤄지면 앞선 판결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사법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시정해 얘기를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오늘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종적인 견해가 최종 결론”이라며 재심 판결이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으로서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일각에선 박 후보의 발언은 정치적 의견표명일 뿐이라며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경지법 모 판사는 “법적인 견해라기 보다 정치적인 견해로 보여진다”며 “이를 법적으로 문 제삼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던 당시 시대상황과 재심 판결을 내려진 2007년의 시대상황은 엄연히 다르다”며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일 뿐 법적 해석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재경지법 판사도 “정치인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을 두고 맞다, 틀리다를 논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그렇다고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있어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1, 2차 인혁당 사건을 혼동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2차 인혁당 사건)은 1975년 4월8일 대법원이 도예종 등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국방부가 재판이 종료된 지 18시간여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사건으로, 유신 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꼽힌다. 이후 2002년 9월 의문사진산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결론 냈고,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재심에서 인혁당 피해자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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