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각에선 유력 대선 주자의 법적 이해 수준이 지나치게 미흡한 것 아니냐며 원색적인 비판도 쏟아냈다. 재경지법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대법원의 취지와 법적인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발언인 것 같다”며 “사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행정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후보로 나선 사람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며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1차 인혁당 사건과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혼동한 듯한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팩트 자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법률적으로 재심이 이뤄지면 앞선 판결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사법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시정해 얘기를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오늘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선 박 후보의 발언은 정치적 의견표명일 뿐이라며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경지법 모 판사는 “법적인 견해라기 보다 정치적인 견해로 보여진다”며 “이를 법적으로 문 제삼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있어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1, 2차 인혁당 사건을 혼동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2차 인혁당 사건)은 1975년 4월8일 대법원이 도예종 등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국방부가 재판이 종료된 지 18시간여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사건으로, 유신 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꼽힌다. 이후 2002년 9월 의문사진산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결론 냈고,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재심에서 인혁당 피해자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