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에 해야"…홍콩 IPO 신청 러시

홍콩 IPO시장, 올해 마지막 거래일에 활기
블록스그룹 등 6개 기업…총 자금 6300억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회피"
  • 등록 2024-12-31 오후 4:10:34

    수정 2024-12-31 오후 4:10:3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1일(현지시간) 홍콩 증시가 기업공개(IPO)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취임 전 상장을 완료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홍콩의 국제금융센터(IFC) 타워 앞에서 사람들이 루나 파크의 슬레지해머를 타고 있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최소 6개 기업이 내년 1월 말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예상 자금 조달 규모는 약 33억 홍콩달러(약 4억2900만 달러, 630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완구 제조업체 블록스 그룹과 자율주행차 시험 기업 베이징 사이모 테크놀로지가 내년 IPO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중국 시멘트 기업 안후이 콘치 그룹의 자회사인 안후이 콘치 재료 기술과 해양 환경 보호 솔루션 업체인 콘티오션 환경기술, 레저 차량 제조업체인 신곤우 레크리에이션 차량 등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IPO 신청 급증은 홍콩 증시의 회복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홍콩을 국제 금융 허브로서 강화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홍콩 거래소가 IPO 요건을 완화하고, 중국 증권 규제 당국이 자국 기업의 홍콩 상장을 장려하면서 IPO 신청이 잇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IPO 시점이 연말에 몰리는 이유로 재무제표 유효 기간(6개월) 만료를 이유로 들며, 이 때문에 6월과 12월에 IPO 신청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기 때문에 그전에 상장을 완료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경제 정책이 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로널드 찬 홍콩 차트웰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시행이나 정책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출점 전에 IPO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는 중국 경제를 뒤흔들고 불필요한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밸류에이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홍콩 증시의 IPO 수익은 2023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약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간의 연평균 300억 달러(약 44조2000억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홍콩 증시의 벤치마크인 항셍 지수는 18% 가까이 상승했으며,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의 척도인 항셍 중국 기업 지수는 27% 상승해 2009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9월 이후 발표한 경기 부양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홍콩 IPO 시장은 올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며, 중국과 홍콩의 정책 지원이 지속한다면 2025년에는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케니 웬 KGI 아시아 투자전략 책임자는 “지금은 투자 심리가 좋아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상장할 수 있고, 주식 실적도 더 좋아질 것”이라며 “IPO에 대한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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