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소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 인상을 감내하고 도매가를 동결한다던 도매업체들의 결의가 ‘구호’에 그쳐서다. 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주류 기준판매비율 제도’에 대해서도 유흥시장 소주 가격 인하 효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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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가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 공장 출고가를 6.95% 인상한 지난 9일 해당 제품 도매가격 동결을 발표했던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의 결의는 사실상 무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도매업체가 공장 출고가 인상 전 확보했던 참이슬 재고가 떨어지자 곧장 인상분을 반영해 도매가를 올린 것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일부 도매상의 경우 참이슬 도매가를 공장 출고가 인상분의 두 배 정도인 150원 안팎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우려했던 대로 ‘국민소주’ 참이슬의 도매가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올 연말 식당과 주점 등 유흥시장의 소주 소비자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이트진로 외에도 최근 지방 대표 소주업체들의 공장 출고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조는 지난 17일 주요 소주 제품인 ‘시원’과 ‘대선소주’ 등 공장 출고가를 6.95% 올렸고, 대전·충청 지역 대표 소주인 맥키스컴퍼니의 ‘이제우린’도 지난 20일부로 6.95% 인상했다.
현재 출고가 인상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원자재가 인상의 영향이 있어 ‘처음처럼’과 ‘새로’ 등의 공장 출고가 인상에 곧 동참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기준판매비율제도 도입해도 실제 가격인하 효과는 미지수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주류업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장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기 때문에 업계는 반기고 있지만, 실제 유흥시장 내 소주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2020년 맥주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을 때 캔맥주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면서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업체들은 다소 세금이 늘어난 병맥주까지 공장 출고가를 5% 안팎 인하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당시 유흥시장은 1병당 4000원 수준이었던 병맥주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흥시장 내 소주·맥주 소비자가격을 올릴 땐 공장 출고가 인상을 명분으로 삼으면서 정작 인하 땐 이를 반영하지 않는 기묘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도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