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주 6000원 시대’ 코앞… 가격 인하 효과 ‘미지수’

하이트진로 참이슬값 인상에 도매상 동결결의 했지만
재고 떨어지자 소주 도매가 올려…공장출고가의 두배
대선주조·맥키스도 소주출고가 인상…롯데칠성 '눈치'
"정부 '기준판매비율' 도입해도 주점 등 반영 안할 것"
  • 등록 2023-11-23 오후 3:18:41

    수정 2023-11-23 오후 7:23:54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연말 ‘소주 6000원 시대’가 열릴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주요 소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 인상을 감내하고 도매가를 동결한다던 도매업체들의 결의가 ‘구호’에 그쳐서다. 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주류 기준판매비율 제도’에 대해서도 유흥시장 소주 가격 인하 효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소주 한 잔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주류도매상, 공장출고가보다 2배 높게 공급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가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 공장 출고가를 6.95% 인상한 지난 9일 해당 제품 도매가격 동결을 발표했던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의 결의는 사실상 무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도매업체가 공장 출고가 인상 전 확보했던 참이슬 재고가 떨어지자 곧장 인상분을 반영해 도매가를 올린 것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일부 도매상의 경우 참이슬 도매가를 공장 출고가 인상분의 두 배 정도인 150원 안팎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도매가격 동결 당시 보였던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중앙회는 “공장 출고가 인상분을 도매업계가 감내해 국가의 물가안정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서민경제 안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의라는 게 강제성이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도매가 인상 시기를 잠시 늦추는 데 그친 셈이 됐다.

우려했던 대로 ‘국민소주’ 참이슬의 도매가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올 연말 식당과 주점 등 유흥시장의 소주 소비자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이트진로 외에도 최근 지방 대표 소주업체들의 공장 출고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조는 지난 17일 주요 소주 제품인 ‘시원’과 ‘대선소주’ 등 공장 출고가를 6.95% 올렸고, 대전·충청 지역 대표 소주인 맥키스컴퍼니의 ‘이제우린’도 지난 20일부로 6.95% 인상했다.

현재 출고가 인상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원자재가 인상의 영향이 있어 ‘처음처럼’과 ‘새로’ 등의 공장 출고가 인상에 곧 동참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기준판매비율제도 도입해도 실제 가격인하 효과는 미지수

정부가 소주 가격 안정을 위해 최근 공들여 준비 중인 주류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일종의 ‘세금 할인율’ 개념인데, 이를 도입하면 제품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분을 뺀 액수를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금액)으로 삼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행법은 제품 원가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일정 세율을 곱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만약 소주에 기준판매비율 40%를 적용할 경우 공장 출고가는 약 19% 정도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주류업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장 출고가 인하 효과가 나기 때문에 업계는 반기고 있지만, 실제 유흥시장 내 소주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2020년 맥주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을 때 캔맥주에 대한 세금 부담이 줄면서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주류업체들은 다소 세금이 늘어난 병맥주까지 공장 출고가를 5% 안팎 인하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당시 유흥시장은 1병당 4000원 수준이었던 병맥주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흥시장 내 소주·맥주 소비자가격을 올릴 땐 공장 출고가 인상을 명분으로 삼으면서 정작 인하 땐 이를 반영하지 않는 기묘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도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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