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의 몰락은 더 큰 문제의 징후일 뿐이다”

부동산 주도 中 경제성장에 ‘빨간불’
헝다 리스크 자체보다 부동산 침체로 성장 둔화 우려
“다른 성장모델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
  • 등록 2021-09-23 오후 4:00:04

    수정 2021-09-23 오후 4:00:0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파산 위기에 내몰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상황이 부동산 건설붐에 힘입은 중국 성장 모델의 결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경제의 가장 강력한 기관차로 여겨지던 중국의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로 몰리면서 부동산 주도의 중국 경제성장 모델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사진= AFP)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헝다(恒大·Evergrande) 그룹의 붕괴는 한때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의 붕괴의 드라마라는 측면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중국의 방대한 부동산 부문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에서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FT는 “헝다그룹의 위기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가치의 부동산 주식으로 꼽혔던 기업의 운이 다하는 (빠른) 속도와 중국 성장 모델의 깊은 결함을 동시에 부각시킨다”고 전했다.

헝다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은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대규모 차입을 바탕으로 건설붐을 일으킨 데 이어,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헝다의 경우 식품, 레저 등에 이어 최근엔 전기차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고 당국의 규제에 나서자 이처럼 차입에 의존한 사업 확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홍콩에 본사를 둔 컨설팅회사인 로디움 그룹의 로건 라이트에 따르면 중국에는 9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빈 아파트가 있다. 이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의 G7국가들의 전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태도가 변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주택시장에서 공급과잉은 이미 몇년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수준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제에 나서면서 헝다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중국 베이지북 최고경영자(CEO)인 릴랜드 밀러는 “베이징의 지도부는 서방의 어느 누구보다도 중국의 성장을 걱정해 왔다”며 “이제 지도부는 (기존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에서) 성장 모델을 바꾸는 것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노무라의 팅 루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헝다그룹의 위기가 중국 경제의 붕괴를 촉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이 다른 성장 모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향후 몇 년간의 성장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의 잠재 성장률이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4%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감소했지만, 연간 GDP는 여전히 평균 7.68%로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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