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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중재안이 다시 ‘퇴짜’를 맞는다면 정 의장 입장에서는 더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당청간 혹은 여야간 갈등 이상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간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의장, 여야 협의 상관없이 거부권 향방 결정 가능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여야 협의 여부와 상관없이 표결을 위한 본회의 상정을 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 예정’으로 넘어오는 재의요구서를 상정하는 건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협의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부분”이라면서 “법적으로 보면 의사일정 확정은 의장이 한다”고 했다.
‘정의화 역할론’이 더 중요해지는 것은 새누리당의 내부 분위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정 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의지가 강한데, 이에 “맞서면 안 된다”는 기류가 새누리당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꼬리를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중재안의 재의결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유승민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책임론은 감수하더라도 당청간 정면대결은 피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청와대 뜻에 따를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새누리당은 자존심보다 내년 총선이 더 급하지만, 정 의장은 의회 권위의 추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재의결 강행도 정치적 부담…일단 여야와 협의할듯
그렇다고 정 의장이 곧바로 재의결을 강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국회가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뜻을 거슬러 표결에 들어간 전례가 한 차례도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일단 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다시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재의결 여부는) 여야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그 후유증은 상당하다. 재의결이 늦어질수록 법안을 뭉개는 수순으로 갈 게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야당의 거센 반발로 대치정국이 심화될 게 뻔하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정 의장의 정치적인 묘수가 그 어느 안건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부권 정국에서 여·야·청 모두 연착륙할 수 있는 키가 정 의장에게 넘어올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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