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대 유사수신' 아도인터 모집책 4명 중 3명 '무죄'…왜?

유사수신규제법 위반 혐의
法 "피해자들 경제·정신적 고통 극심"
모집책 1명 징역 5년…공범 3명엔 무죄 선고
"비트코인 조달은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없어"
  • 등록 2024-10-15 오후 2:43:43

    수정 2024-10-15 오후 7:22:4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고수익을 미끼로 4500억원대 투자 사기에 가담한 아도인터내셔널 상위 모집자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조달받는 방식으로 유사수신 행위를 한 공범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도인터내셔널 회원들이 유람선 파티와 창단식에 모여 있는 모습. (사진=동작경찰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유사수신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함모 씨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범행과 관련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이 사건 범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유사수신 행위는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범죄로 피해자들은 빈곤에 시달리다가 가정까지 깨지는 경험을 했고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바라고 있다”고 판시했다.

함씨는 이천석 아도인터내셔널 대표와 공모해 약 14만회에 걸쳐 투자금 약 4467억원의 유사수신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유사수신이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다단계’로 알려진 조직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법률상 용어로 이같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앞서 지난 7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명품 거래 등을 통한 원금 보장과 수익을 약속하며 총 4467억원을 유사수신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와 함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반품된 물건을 싼값에 사들여 수출하는 방식으로 하루에 1.0~1.38%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들에게는 “우리가 개발한 코인을 사면 비트코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에 투자하도록 하고, 직접 제작한 투자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아도페이’를 통해 투자금을 받았다.

아도인터내셔널이 모집한 투자자는 3만6000여명, 투자금은 약 4467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아도인터내셔널 관계자 120명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대표 이씨를 비롯한 11명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이날 함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상위 모집책 김모씨, 장모씨, 김모씨 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함씨와 공모 ‘와이즐링’이라는 거짓 투자회사를 세우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유사수신을 한 혐의를 받는다.

박 판사는 “개정 전 유사수신법에는 자금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자금은 국어사전에 돈이라고 표현되는 반면 비트코인 등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 징표로 봐서 개념이 다르다”며 “가상자산이 돈과 같이 사용되긴 하지만 돈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는 지난 6월 유사수신법 개정을 통해 자금에 가상자산 포함한 이유를 보면 가상자산을 유사수신 행위 처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점을 들고 있다”며 “이에 피고인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전송받은 행위는 자금 조달 받은 행위로 해석해서 유사수신행위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무죄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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