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대한민국의 출산율 제고를 위해 기업 문화를 바꾸는 동시에 미국처럼 이민 문호 개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티모시 스미딩(Timothy M. Smeeding)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한국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더 가난해지거나 역동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많은 전통과 관습을 바꾸긴 쉽지 않겠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출산율이 떨어질수록 소비자가 줄어들고,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 역시 줄어들어서다.
| 티모시 스미딩 위스콘신대 공공정책 및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 열린 ‘이데일리-PERI 특별 심포지엄에서 근거기반-인구정책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영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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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미딩 교수는 “미국 여성보다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다. 그런데 일하는 엄마에 대해 페널티가 심각하다”며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이 아이를 낳게 되면 출산 전에 받았던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성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아래에 있다.
스미딩 교수는 “한국은 실제 육아휴직 제도가 있고 기간도 충분히 제공한다”며 “그럼에도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더 필요하고, 기업도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에서 육아휴직을 했더라도 남녀에 관계없이 휴직 전 그대로 그 자리에 돌아올 수 있다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인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처럼 이민 문호를 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스미딩 교수는 “미국처럼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이민자 아이에게 자동으로 한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와 미국에서 이 정책을 펼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유망한 젊은이들이 미국에 이민을 와서 아이를 낳고 국적을 취득한다. 이민자들은 미국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고 연기금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노령화 문제를 이민 문호 개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스미딩 교수는 “미국은 이민자 여성들이 노인을 부양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국 역시 노인 부양과 관련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이민 정책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역시 이런 식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