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美 하원의장 해임…차기 의장은 누구?

본예산 협상·우크라 지원 등 과제 산적
매카시는 재도전 포기…11일 차기 의장선거 예정
원내 2인자 스컬리스 우선 거론…KKK집회 참석 구설수
  • 등록 2023-10-04 오후 2:42:30

    수정 2023-10-04 오후 2:53:30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불신임 투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예산안 처리, 우크라이나 지원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공은 이제 차기 의장에게로 넘어갔다.

미국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가 3일(현지시간) 의장직에서 해임된 후 의사당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AFP)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은 전체 회의를 열고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의결했다. 매카시 의장의 임시 예산안 합의에 반발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 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해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미국이 건국된 이래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가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카시 의장은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하원의장직에 재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미 정국의 움직임은 누가 차기 하원의장이 되느냐에 달렸다. 매카시 의장 주도로 미 연방정부가 45일 동안 쓸 임시 예산안은 통과시켰지만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본예산은 아직 의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본예산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따라 글로벌 정세도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매카시 의장 해임 이후 임시 의장으로 임명된 패트릭 맥헨리 의원은 오는 11일 신임 하원의장 선출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차기 의장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인사는 하원 내 공화당 이인자인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다. 원내 삼인자인 톰 에머 원내총무나 강경파를 이끌고 있는 맷 게이츠 의원도 스컬리스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스컬리스 대표는 감세와 작은 정부,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보수파로 꼽힌다. 과거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 모임에서 연설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하고 있는 게 변수다.

임시 의장인 맥헨리 의원도 차기 의장 후보로 오르내린다. 현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헨리 의원은 매카시 의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 이어 임시 예산안 합의를 이끌었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로부턴 비난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 강경파인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이나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도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나 아슬아슬한 미 하원 의석구도(공화당 222석 대 민주당 212석)를 볼 때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누가 차기 의장이 되든 해임 결의안 가결 이후 혼란을 수습하고 셧다운을 막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올 초 매카시 의장 선출 당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5번이나 하원의장 선거를 치러야 했던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헨리 쿠엘라 하원의원은 “지금 우리는 예산 협상을 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국경 문제도 있다. 그런데 공화당 안에선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든 문제가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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