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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의 장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탄핵심판이란 공직자의 윤리적·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닌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 국회 측 3가지 근거 모두 기각
앞서 지난 2월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사전 예방 미흡·사후 대응 미흡·망언 등으로 헌법·재난안전법·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당시 국회 측은 △사전 예방조치 미흡(재난안전법 등 위반) △사후 재난대응 조치 미흡(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등) △사후 발언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이유로 삼았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운영하지 않는 등 사후 대응이 미흡하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헌재는 “사고 당시 긴급구조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재난 현장의 피해 규모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다른 대응조치에 우선해 중대본·중수본 설치·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외에도 이 장관이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와 협력요청을 한 점 등을 볼 때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이 장관의 사고 직후 골든타임 등 여러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에)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도착 시간은)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등의 발언을 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헌재는 이 장관의 발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발언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러한 발언으로 재난·안전관리 업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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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별개의견을 낸 재판관 모두 법 위반행위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법률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중대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할 정도에 일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 재판관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 의견을 냈다.
이러한 재판관들의 결정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당시 논리와 일맥상통하다. 당시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지만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의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라며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기각 결정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에 대한 규탄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오늘 헌재의 결정은 이태원 참사 최고 책임자임에도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유튜버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태원은 북한소행” 등 소리치자 분노한 유가족들이 달려들며 충돌을 빚었고 일부 유가족은 실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