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니 전기차시장 공략 속도…2024년부터 배터리셀 자체 조달

전기차 등 완성차 이어 배터리셀 생산공장 설립
인도네시아 허브로 삼고 아세안지역으로 시장 확대
자국우선주의로 불확실성 커진 美中시장 대안 효과도
  • 등록 2022-08-22 오후 3:44:24

    수정 2022-08-22 오후 7:34:54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인도네시아 전기자동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공장에 이어 배터리셀 공장에도 짓고 있다. 배터리셀 양산이 본격화되면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세안지역의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세안지역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미국과 중국 등 대형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월 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정부 주최 행사에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전기자동차 전시물을 둘러본 뒤 G80 전동화 모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설립에 총 1.5조 투자

22일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출자사들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해외 금융기관 5곳을 통해 낮은 금리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생산 합작공장 투자 자금 7억1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확보했다. 차입 기간은 총 10년이다.

앞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출자사들은 배터리셀 합작공장에 약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오는 2024년 상반기쯤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합작공장의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이-지엠피(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와 EV6 등 전용 전기차를 비롯해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 15만대의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구축해 지난 1월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3월부터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각각 생산 중이다. 완성차 생산공장의 연간 차량 생산 계획은 연말까지 15만대, 향후 25만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지역의 전기차 수출 허브로 활용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현지 제조업체에 부품 수입관세와 사치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 사용하는 차량도 지난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1만대 이상, 총 13만여대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총 자동차 판매량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을 20%로 늘리고 2050년부터는 전기차에 한해서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전기차시장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20년 318대에 불과하던 인도네시아 전기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720대로 126% 세 자릿수 급증했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505대로 연말 1000대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완성차시장 규모는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양국를 번갈아 방문하며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한국을 방문해 재계 총수 중에서 정의선 회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현대차 방문은 두번째로 지난 2019년에도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찾았다. 정의선 회장도 지난 3월과 지난해 10월 완성차 생산공장 준공식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났다.

급성장美, 인플레 감축법 악영향 불가피

세계 자동차 1·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 등 대형시장에서의 자국우선주의 회귀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고 전기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새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우리나라 공장에서 전량 수출해 판매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까지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패널티를 안고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미국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조지아주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의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차량 미국 차량 판매가 1주당 1000대 이상의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 역대 최다치(9만691대)를 기록하며 급성장 중인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여파로 고전을 면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대차의 중국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의 해외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중국 전용 전기차 라페스타 신형과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 주도의 ‘칩4(Chip4) 동맹’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추가 보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우선주의에 따라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지역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현대차의 전략은 적절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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