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정 이소현 기자] “매일 아침 11시, 인수위 앞에서 알람처럼 요구를 설명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가 29일 서울시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집회’를 진행 중이다.(사진=김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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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집회’에서 이같이 규탄했다. 이날은 556명 단체 삭발을 감행했던 부모연대가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10일 차 되는 날이었다.
현재 부모연대소속 윤종술 회장, 탁미선 경기지부장, 김수정 서울지부장, 조영실 인천지부장 등 총 4명이 열흘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탁 경기지부장은 “언제까지 우리가 곡기를 끊고 농성장을 지켜야 인수위가 요구에 응답할 건지 답답하다”며 “인수위 측은 하루빨리 우리의 삶을 정확히 진단하고 요구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달라”고 강조했다.
열흘째 이어진 단식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지향 강동지회장은 “부모연대 대표단이 지긋한 나이에도 단식을 이어간다”며 “오늘 아침엔 불현듯 단식참여자들의 건강이 걱정돼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10일째 ‘무응답’인 인수위를 향한 성토가 잇따랐다. 김종옥 중앙이사는 “부모 556명이 삭발하고 열흘을 단식하며 땅에서 잠을 자는데 인수위는 면담 요청에 응하지도 않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과연 국민의 소리를 들을 마음이 있는지 몹시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정근 전남지부장은 “대답 없는 곳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며 “단식하지 않아도 그만큼 고통스러운 10일이었다”고 푸념했다.
| 지난 20일부터 부모연대 소속 윤종술 회장, 탁미선 경기지부장, 김수정 서울지부장, 조영실 인천지부장 등 4명은 4호선 경복궁역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사진=김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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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경자 고양지회장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부모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보장체계를 만들어달라”며 “장애인이 편한 세상이 바로 비장애인이 편한 세상이고, 이것이 바로 ‘문명사회’”라고 강조했다.
배예경 경북지부장은 “늙고 병든 부모들은 할 수 없이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장애인 자녀를 거주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다”며 “아무 권리도 요구할 수 없는 곳에 금쪽같은 새끼를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더는 자녀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비극적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정근 전남지부장은 “우리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장애인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모래알처럼 무너지는 환경이 아닌, 제도로 확실히 뿌리내려 장애 아이들도 대대손손 지역사회에서 꿈꾸며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 결의 발언 후 부모연대 관계자가 인수위 측에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김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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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분의 결의 발언 이후 부모연대 측은 대기 중이던 인수위 관계자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요청서를 받아든 관계자를 향해 “공문 전달만 하지 말고 답변도 주셔야 합니다”, “저희 신랑보다 담당자님 얼굴을 더 자주 봅니다”, “답변받아 오십시오” 등을 외치며 인수위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부모연대는 인수위가 응답할 때까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