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스페이스X로 본격화된 민간 우주개발 열풍이 국내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그룹은 내년 상반기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 `세종 1호`를 발사해 민간 인공위성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교육·국방·농업용 등으로 특화된 드론을 개발해 인공위성과 드론, 지상을 하나로 묶는 `영상 데이터 벨트`를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
김연수 한글과컴퓨터(030520) 대표는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우주·항공 사업전략 간담회에서 “한컴그룹은 지난해 한컴인스페이스를 인수해 우주·항공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서비스를 자체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자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영상 데이터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그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철 회장의 장녀인 김 대표는 한컴그룹의 미래전략총괄을 맡아 인수합병(M&A),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컴인스페이스를 비롯해 한컴MDS·한컴케어링크 등 M&A를 도맡아왔다.
한컴인스페이스는 8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한컴어썸텍, 순돌이드론 등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고, 이번에 미국 우주위성 데이터 기업인 스파이어 글로벌과 협력해 내년 상반기 세종1호를 발사한다.
세종1호는 가로 20㎝, 세로 10㎝, 높이 30㎝, 무게 10.8㎏의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지상으로부터 500㎞의 궤도에서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에 12~14회 지구를 선회하며, 5m 해상도의 관측 카메라를 활용해 7가지 파장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한컴그룹은 내년 하반기에 세종 2호를, 2023년에는 3호, 4호, 5호까지 순차적으로 위성 발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저궤도 위성이 한반도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으로, 관심 있는 지역의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기다려야 될 수 있다”며 “다수의 군집위성을 통해 관측 영역을 세분화하고 데이터 취득 소요 시간을 줄여 한반도를 매일 관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용 특화 드론으로 작황분석, 곡물 생산량 예측까지
한컴그룹은 자체 개발한 정찰용 드론 `HD-500`도 첫 선을 보였다. 중소형 기체인 HD-500은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해 이미지 및 영상 데이터 수집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향후 교육용, 농업용, 국방용, 산업용 등 특수목적용 드론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다중 드론 관제 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제품의 많은 부분을 국산화해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설비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드론을 통해 인공위성보다 해상도가 높고 정밀도가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며 “하늘에서 지표면을 내려다보면 60~70% 이상이 농경지인데, 드론의 영상을 통해 작황분석, 곡물 생산량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컴그룹은 영상 데이터 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농업분야를 우선 공략할 방침이며 산림자원 관리, 재난재해 감시, 도심지 변화 탐지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컴그룹은 캐나다의 인피니티 옵틱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국내 완성형 초고해상도 센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인공위성용 센서 공동 개발도 추진한다.
인피티니 옵틱스는 고해상도 주야간 듀얼 PTZ 카메라(상하좌우 및 줌 움직임이 가능한 카메라)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광학카메라는 최대 135배 확대가 가능하고, 열화상카메라는 사람의 경우 20㎞ 거리, 차량은 50㎞ 이상 거리까지도 검출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인피니티 옵틱스의 센서 기술에 한컴인스페이스의 AI 기반 분석기술이 더해지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인력도 필요없이 무인 감시가 가능하다”며 “침입자 여부와 이상패턴 탐지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컴그룹은 인공위성과 드론, 완성형 초고해상도 센서까지 확보함에 따라 우주와 항공, 지상을 모두 커버하는 영상 데이터 서비스 벨트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영상 데이터 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81조 원에서 2024년 1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국내 시장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3%에 불과한 만큼, 한컴그룹은 농업 비중이 높은 동남아 지역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 위성 개발 및 드론 관련 자율주행기술, 비행제어기술 등의 연구개발 등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진출을 이뤄내 3년 내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세종 5호기까지 모두 계획대로 발사되고 나면 2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