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네탓 공방` 벌어진 SNS…갈등·혐오 표현으로 얼룩

여야 책임 공방 넘어 시민들끼리 혐오 논쟁
‘망신시킨 지역’·‘잼버리 6적’ 등 게재
“기저 불안 높은 현재…남 탓으로 돌리려는 것”
  • 등록 2023-08-09 오후 3:23:15

    수정 2023-08-09 오후 7:09:05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내 아이도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 이런 환경에 노출될 텐데, 정말 걱정이에요.”

(사진=게티이미지프로)
전업주부 박모(34)씨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잼버리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잼버리에 대한 비판 기사를 넘어 지역 비하와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글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씨는 “특정 지역을 혐오하는 발언이 아이에게 편향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씨의 걱정처럼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세계 잼버리 대회 관련 지역·정치인 혐오 글이 도배되고 있다. 잼버리의 부실 운영 책임 소재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을 넘어서 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새만금 잼버리가 열렸던 전라북도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글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동네도 촌스러운데 국제적인 망신시킨 지역이다’, ‘잼버리가 열렸던 지역 자체가 부끄럽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 ‘전라도 vs 대한민국 구도가 잼버리 여론이다’, ‘우한폐렴처럼 지역명을 잼버리 앞에 붙이면 안 되겠나’ 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정치인 혐오 글들도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등 잼버리 조직위원회 구성원을 ‘잼버리 6적’으로 지칭했다. 특정 정당 등을 가리키며 “자살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혐오와 등을 부추기는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초·중·고 학생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잼버리와 같이 국가적 관심 이슈가 생길 때마다 만들어지는 혐오 표현에 부모들의 걱정도 늘어만 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부모인 서모(44)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아이가 지역 혐오가 담긴 말을 하기에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어보니 친구들과 스마트폰을 하다 알게 됐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잼버리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질 것인가는 별개로 지금은 마치 지역갈등이나 직역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태풍·폭염 피해나 흉기 난동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사람들의 기저불안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조금만 자극이 와도 내 탓이 아니니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라면서 “이러한 혐오 표현 등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가 기저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치안 활동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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