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美마저 기업심리 '역대급' 하락…침체 경고등(종합)

유럽 이어 미 PMI마저 예상밖 부진
코로나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최저
"고물가·우크라에 경제 급격히 둔화"
연준도, 월가도, 긴축 폭 '갈팡질팡'
  • 등록 2022-08-24 오후 2:51:37

    수정 2022-08-24 오후 8:10:0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 경제마저 침체 조짐이 가시화했다. 주요 기업들이 보는 경기 전망이 팬데믹 직후인 지난 2020년 5월 이후 가장 악화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조이기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통화 긴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유럽 이어 미 PMI마저 예상밖 부진

23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이번달 복합(제조업+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예비치는 45.0으로 전월(47.7) 대비 2.7포인트 하락했다.

PMI는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재고, 출하, 가격, 고용 등을 조사해 0~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실물경제 전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으로 각각 나뉘는데, 이번달 지표는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있음을 시사했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코로나19 초기를 제외하면 이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3년 전 이후 최저치라고 S&P 글로벌은 전했다.

이는 미국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탓이다. 이번달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44.1로 전월(47.3)과 비교해 3.2포인트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49.0)를 하회했다. 이 역시 2년3개월 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PMI의 경우 51.3으로 확장 국면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월 수치(52.2)와 시장 전망치(51.9)를 모두 밑돌았다. 제조업 역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S&P 글로벌의 시안 존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와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수요 환경이 위축됐다”며 “신규 주문 감소와 지출 억제 노력이 느린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 PMI의 부진 직후 나온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유로존의 이번달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전월(51.2) 대비 하락했다. 미국보다 오히려 높다. 최근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나오며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미국 역시 유럽과 중국처럼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나온 이번달 리치먼드 지역의 제조업 활동 지수는 시장 예상을 밑도는 -8로 나타났다. 기준치를 밑돌면서 버지니아주, 매릴랜드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의 제조업 환경이 위축 국면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월가 전망치는 -5였다. 특히 신규 주문(-10→-20), 출하(7→-8) 등의 지수가 한달새 급락했다.

WSJ는 “미국, 유럽, 일본의 이번달 기업 활동이 일제히 저조했다”며 “높은 물가가 수요를 약화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고민 커질듯…파월 연설 주목

더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초호황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도 심상치 않다. 미국 상무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7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2.6% 급감한 51만1000채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낮다. 연준의 급격한 긴축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면서 매수 의지가 꺾인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근래 매파 성향 짙게 풍긴 연준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상 폭을 두고 시장은 50bp(1bp=0.01%포인트)와 75bp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50bp 인상과 75bp 인상의 가능성을 각각 52.0%, 48.0%로 보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26일 예정된 잭슨홀 회의를 향해 있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긴축 폭에 대한 힌트를 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상황이 워낙 불확실한 만큼 월가는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침체 위험 증가, 실적 부진 기능성 등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며 “약세장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회사인 인베니엄의 마이클 크리돈 회장은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어조를 보이면 위험자산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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