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는 초기에는 다리에 옅은 실핏줄이 보이거나 혈관이 조금 튀어나와 보이지만 심해지면 마치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굵어지면서 그 범위가 넓어진다. 증상이 진행되면 병변 부위가 보기에 흉할 뿐만 아니라 많은 노폐물들이 쌓이면서 다리가 당기고 아프거나 붓고 저릿한 증상들이 생긴다. 체계적인 진료 없이 방치할 경우 정맥에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가 썩어 다리에 궤양이 생길 수도 있어 정확한 원인치료가 중요하다.
하지정맥류는 성별에 상관없이 나타나지만 여성은 근육 부족, 성호르몬의 차이 등에 의해 남성보다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임신부는 일반 여성에 비해 움직임이 조심스럽고 뱃속 태아가 점차 성장하면서 체중이 불어나 하체에 실리는 하중이 증가해 그 위험이 더 크다. 태아가 자라면서 산모의 정맥은 압박을 받게 되고, 임신 중 여성호르몬이 변화돼 정맥 내부의 판막이 파괴되는 작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임신 중 다리가 심하게 퉁퉁 붓거나 무거워지는 중압감이나 부종·통증 등이 나타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 중 하지정맥류 환자가 있다면 유전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보통 임신성 하지정맥류를 겪는 산모들의 경우 출산 후 완치될 것이라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출산 후 1년 정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출산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거나 증상 악화 요인을 관리하지 못하면 질병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환자마다 발병 원인이 제각기 다를 수 있어 의사가 자세한 병력 청취와 혈관 초음파검사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에 나서는 게 원칙이다. 검사하는 전문의의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할 경우 과소 진단돼 나중에 재발하는 상황이 생긴다. 반대로 과잉 진단은 불필요한 시술의 고통과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초래하므로 신뢰할 만한 병원을 찾고 최소 두 곳 이상을 들러 크로스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혈관초음파 검사는 정맥의 해부학·생리학적 정보를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보다 낫게 제공한다. 정밀하게 실시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정지된 영상을 보는 후자의 고가 검사보다 우수하다. 심 원장은 “초음파검사는 영상으로 정맥의 해부학적 변화 여부를 판단하고 소리로 혈류 상태 및 역류를 검사할 수 있어 신뢰도가 굉장이 높다”며 “동맥과 정맥을 꼼꼼히 살펴 혈류의 흐름과 판막이 망가진 위치·역류 여부·역류의 세기 및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임산부가 하지정맥류를 진단받았다면 한번 늘어난 혈관이 체계적인 치료 없이 나아질 수 없는 만큼 임신 중이라도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오래 서 있는 것을 지양하고, 배가 불러 다소 힘들더라도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한 정맥류 전용 압박스타킹 착용과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의료용 압박스타킹 치료는 발목 주변부에 압력이 가장 강하고 무릎을 지나 허벅지로 올라갈수록 조이는 힘이 줄어드는 특수 제작된 스타킹으로 압력 차이로 인해 다리 밑에 쏠리는 정맥 혈액을 심장으로 원활하게 올려 보내주고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압박 스타킹 착용 시 자신의 체격과 증상에 적합한 제품을 착용해야 부작용 없이 안전한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심 원장은 “혈관질환은 내버려둬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일정 시간 경과 후 증상이 재발 또는 악화되는 경향이 강한 만큼 근본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환자의 증상과 정도에 맞게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맞춤치료를 집중해 다리의 건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