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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지중해가 난민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돼 최대 900여명이 사망한데 이어 20일에도 100여명과 300명을 각각 싣고 가던 선박 두 척이 조난신고를 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무려 1500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참사가 지금 이 시각에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유럽연합(EU)은 20일 28개 회원국 외무·내부장관 회의를 열고 난민선 침몰 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23일에는 긴급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그러나 EU 역시 그동안 급증하는 난민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회원국이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통합적인 정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내전·기아에 못견뎌 유럽행..불법 브로커 판쳐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인데도 난민들은 왜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걸까.
이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중해로 향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다. 수년째 계속되는 내전과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세력의 탄압을 견디다못한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리비아로 간 다음 유럽행 배에 오르는것 뿐이다.
에리트레아 출신 한 남성은 “정부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우리가 선택할 길은 불법 난민선을 타는 것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수십 내지 수백만원에 달하는 배삯을 내고 오르는 난민선이지만 실상은 고무보트나 소형 플라스틱배에 불과하다. 파도 한 번 치면 뒤집히는 건 시간 문제다.
EU, 난민 밀입국 조직에 군사작전…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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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EU 28개국 회원국 내·외무장관들은 룩셈부르크에서 난민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난민들의 출발지인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밀입국 조직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지중해 난민 구조에 국경 관리 기관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난민 구조부담을 EU 회원국 전체가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제사회 여론이 들끓면서 EU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난민 문제를 알면서도 방조해 이 지경까지 왔다는 비판이 EU를 향하고 있다.
실제 유럽 국가들은 반(反) 이민 정서에 난민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해마다 지중해에서 숨지는 난민이 급증하는데도 EU는 지난해 10월 난민 구조작전인 ‘마레 노스트롬’을 중단시켜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만 늘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참사에 더이상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밀입국 조직을 소탕할 군사작전이 과연 죽을 각오로 유럽땅을 밟는 이들의 열망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로리스 데 필리피 국경없는 의사회 회장은 “유럽 국가들은 인도적 책임을 지고 난민선 참사를 막기 위해 힘써야 한지만 관련 정책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며 “우리는 더이상 기다릴 겨를이 없어 자체 의료 구조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