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내부비리 근절' 칼 뽑은 이유는

  • 등록 2013-08-29 오후 5:05:06

    수정 2013-08-29 오후 5:05:06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국세청이 뿌리 깊은 내부비리 근절에 칼을 빼들고 나섰다.

올 상반기 국세청의 최대 과제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이를 통한 구멍 난 세수 메우기였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수행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9일 진행된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논의된 주제는 세수확보가 아닌 비리근절이었다.

그 동안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리에 여론이 극심하게 악화되자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 회복을 최우선 실천과제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국세청의 쇄신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00대 기업과의 사적인 만남 전면 금지’다.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을 애초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덕중 청장은 스스로 ‘나부터 이 시간 이후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만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전환 차장은 “국민의 불신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라면서 “만남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내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선 이유는 세수부족만큼이나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최근 송광조 서울청장이 뇌물 수수 혐의를 이유로 사임하는 등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CJ 금품 로비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이나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방침이 얼마나 실질적인 국세청 내부 비리 근절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국세청의 내부비리 근절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 차례 비리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때마다 대대적으로 자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비리의 끈을 끊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양근복 국세청 감사관은 “이번에는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위에서부터의 일방적으로 내리는 지침이 아닌 각 국장들이 수 차례의 회의 끝에 의견을 모아 내놓은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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