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 라운지도 ‘노키즈존’...인권위 “부당한 차별”

  • 등록 2023-08-30 오후 4:24:21

    수정 2023-08-30 오후 4:24:21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VIP 고객 라운지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한 백화점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며 연령을 이유로 백화점 휴게실을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30일 인권위는 “지난 17일 모 백화점 대표이사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에는 한 시민이 생후 100일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VIP 라운지)를 이용하려 했으나, 해당 백화점에서 아이가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이 백화점은 VIP 라운지가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고객의 취향에 맞춰 휴게실 내에 각종 가구·집기, 액자, 연출물 등으로 실내장식을 했고, 일부는 끝이 날카롭거나 떨어지면 깨지는 등 고객이 다칠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10세 미만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대신 10세 미만 아이를 동반한 고객에게는 음료 포장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백화점 내 지정 카페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백화점 측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모든 10세 미만 유·아동이 같은 수준의 주의력, 집중력을 가지고 동일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정인의 자녀는 생후 100일인 유아로 유모차에 타고 있어 독자적인 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등은 성인에게도 얼마든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휴게실 환경을 이유로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위원회는 “최대한의 이익 창출이 사업의 주요 목적인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자유가 무제한으로 인정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이나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는 해당 백화점이 나이를 이유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인 아동을 배제하는 선택을 할 경우에는 유해업소 등 사회 규범이나 통념상 아동 보호의 목적이 있어야 하지만, 백화점 VIP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인권위의 시각이다. 또 아이를 휴게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호자 배제까지 이어지기에, VIP 라운지의 노키즈존은 ‘평등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휴게실 환경이 우려된다면 보호자에게 안전상 유의를 당부하는 게시물 부착, 직원의 안내와 통제 등의 대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2013년 논평을 인용해 “아동 출입제한 조치로 인해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고 이러한 아동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백화점 휴게실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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