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외교당국이 “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말한 것이기에 굳이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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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와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인도적 지원 등을 포함해서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한다”고 거들었다.
살상 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러시아 측에서 우리 측에 정식으로 항의 표시를 하진 않았고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발언이 한·러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하긴 했으나 EU 회원국, 미국 등에 비해선 제재가 약하다. 구체적으로, 아직 러시아가 영공·항만의 진입 제한을 비롯해 공관에서의 현지인 채용 제한 및 외교관 사증(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 중지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취재진을 만난 외교부 관계자는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측의 반응 여부를 묻는 질문엔 “알고 있는 한 (현재까진)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