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부동산경기 하강…차입형 토지신탁 대손 위험
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등 다수 부동산신탁사들은 올해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별 차이가 있지만 부동산신탁사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 특히 분양시장 상황에 연동된다. 작년 상반기 이후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을 맞으면서 전국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신탁사들은 분양시장 영향을 크게 받는 ‘차입형토지신탁’, 시공사 부도위험에 노출된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져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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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높은 시중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 분양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일부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탁계정대의 대손이 커질 위험이 있다. 대손이란 매출채권, 대출금 등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보는 것을 말한다.
시공사 부도에 책준형 손실 가능…재무안정성 타격 줄 수도
또한 부동산신탁사가 부담하는 우발부채(미래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자금시장 경색으로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의 시공사 부도위험이 높아져서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팽창하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실적도 늘어났다. 그러나 작년 시중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랐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부동산 자금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지방 중소형 건설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별 부동산신탁사는 시공사 부도가 발생해도 공사비 증액 및 공사중단 기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시공사 신용도 및 주요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 등 상시 리스크 관리 체제를 도입해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공사 부도가 발생하면 기존 공사비 대비 20~30% 증액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사업자, PF 대주 및 대체시공사) 간 협의가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시공 기간이 책임준공기한을 초과하는 경우 부동산신탁사의 고유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들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 유지, 재무구조 개선 및 차입부채 감소 등으로 위험 대응능력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면서도 “그러나 그간 주택가격 상승 폭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 최근의 급격한 시중금리 상승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부동산경기 하강이 부동산신탁사 재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