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백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아직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 구조물의 정체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시설이다. SK가스가 한국석유공사(KNOC)와 함께 건설 중인 석유제품·LNG 복합발전소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일부 시설이다.
울산 북항에 복합발전소‘ KET’ 건설...LNG 전초기지
20일 찾은 울산 북항에는 이 같은 압도적인 크기의 LNG 저장탱크 2기가 건설 중이다. 탱크 1기에 담을 수 있는 LNG 용량은 21만5000킬로리터(㎘)로, 이는 울산의 45만 가구가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스 양이다. 이기원 KET 과장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LNG를 기체 대비 부피를 600분의 1로 압축한 액체상태로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를 위해 내부는 9% 니켈(Ni) 합금강으로 이뤄지며 외부 콘크리트까지 벽 두께만 3미터에 달하는 일종의 보온병 구조”라고 설명했다.
|
특히 KET는 SK가스가 지난해 발표한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탄소 중립 솔루션 공급자)’ 실현을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SK가스는 탄소 중립 시대에 대비해 고객과 글로벌 사회에 무탄소 에너지를 제공해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LPG에서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LPG에 비해 탄소배출이 덜한 LNG를 ‘가교’ 삼아 비전에 한발 다가서겠다는 계획이다.
|
SK가스는 울산GPS에 이어 향후 LNG 열병합 발전소인 ‘SK멀티유틸리티’에도 LNG를 공급할 계획이다. SK멀티유틸리티는 노후화된 석탄 열병합 발전 설비를 LNG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첫 번째 사례로서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완공 시 LNG 열병합 발전소는 300MW급 규모로, 연간 약 30만톤(t)의 LNG를 사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SK가스 사업 다각화의 최종 목적지는 무탄소 청정에너지인 수소와 암모니아다. 2040년까지 수소 사업 매출 5조원을 달성해 국내 시장 20%를 점유한 ‘빅3’ 수소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수소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올해 6월에는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맺었다. 또 올해 1월에는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와 ‘수소·암모니아 공동연구협약’을 맺는 등 수소 사업의 기초를 다지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KET 부지에 CEC(Clean Energy Complex, 수소복합단지) 건설도 추진하며 수소 사업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당사는 수요처와 공급 인프라가 밀집한 울산을 기반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의 유리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존 주력 사업인 LPG의 한계를 극복하고 LNG를 거쳐 수소 경제의 마중물이 되기까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혁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탈 탄소 시대의 리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