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자재 28.5% 급등, 역대 세 번째로 높아…건설경기 '빨간불' 켜지나

한은, BOK이슈노트 발간
건설자재 10개 중 6개는 1년전보다 10% 이상 올라
건설자재 오른 이유 절반 이상이 '원자재' 탓
작년 건설자재 가격 상승, 부가가치 15.4% 위축
건설투자·기성액 4년째 마이너스 신세
  • 등록 2022-03-29 오후 12:00:00

    수정 2022-03-29 오후 12: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건설자재 가격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건설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업의 마진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건설투자 부진, 공사지연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건설자재 수급도 불안해져 작년처럼 공사 중단이 속출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간한 ‘건설투자 회복의 제약 요인: 건설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과 영향’이라는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건설자재 가격은 작년 1분기 이후 빠르게 상승, 4분기엔 28.5%(전년동기비)나 급등했다. 2008년 4분기(30.2%) 이후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980년 집계 이후 2008년 3분기(32.8%), 2008년 4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전체 건설자재의 96% 품목이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가운데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급등한 품목의 비중도 올해초 64.3%에 달했다.

(출처: 한국은행)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상우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최근 건설자재 가격 상승 중 51.1%는 원자재 때문”이라며 “철강 등 금속제품 가격이 전체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수요가 높은 주요 광물의 경우 작년 가격 상승률이 80%를 상회하기도 했다.

건설투자가 2018년 이후 4년째 감소하면서 중간재 생산업체들의 생산 규모도 감소했고 철근, 시멘트 등 일부 자재의 공급이 제한되면서 건설자재 재고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신규착공물량이 크게 늘어 건물 착공 초기에 대량으로 투입되는 철근, H형강, 시멘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도 건설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

다만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는 공급측 요인이 큰 만큼 이는 향후 건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과장은 “2007~2009년 중 건설자재 가격이 공급측 요인에 의해 올랐는데 그 당시와 비슷하다”며 “당시에 건설투자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5.2%(2020년 명목)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건설경기 위축이 성장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한은이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최근의 건설자재 가격 상승이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중간 투입이 12.2% 상승해 부가가치가 15.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3~4월중 발생한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50여개의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박 과장은 “건설수주와 건설기성 간의 긴 시차(주거용 2~3년)를 고려할 때 건설자재 가격 급등은 건설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향후 건설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공사 수주금액이 사전에 결정된 상황에서 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기업들은 주로 마진 축소, 공사지연 등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두 경우 모두 건설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는 건설자재를 주로 선계약 형태로 구입하는 반면 중소형 건설사는 유통상을 통해 구입한다.

박 과장은 “향후 건설자재 가격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등 공급요인의 영향이 완화되면서 안정될 것으로 보이나 과거 공급 요인 주도 가격 상승기에 비해 안정화 속도가 더딜 것”이라며 “최근 우크라 사태 등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건설자재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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