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누피라비르보다 팍스로비드에 쏠리는 눈
‘추가, 추가, 추가…’ 현재까지 미국(1000만명분), 영국(275만명분), 일본(200만명분) 등이 팍스로비드 상당량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310만명분), 영국(223만명분), 일본(160만명분) 등 각국이 도입하기로 한 머크 항바이러스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 물량보다 많다.
우리 정부도 팍스로비드 36만2000명분,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팍스로이드 물량이 기존 16만2000명분에서 20만명분 늘었다. 정부는 100만4000명분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선구매를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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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는 몰누피라비르보다 사용에서도 좀 더 자유롭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세 미만과 임산부는 부작용 우려로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임기 여성은 복용하는 동안, 남성은 복용 후 최소 3개월 피임해야 한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FDA는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경증, 중등증의 성인, 12세 이상 소아에 사용을 허가했다. 다만 몸무게가 40kg을 넘지 않거나 신장 및 간 손상이 심각한 환자는 권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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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팍스로비드 선점이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진정한 위드 코로나가 실현되려면 그에 걸맞은 의료 대응 역량이 필수다. 병상이 태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입원, 중증화율을 낮춰 병상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처지다. 그러려면 예방 효과가 높게 나타난 팍스로비드를 필요할 때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확보한 팍스로비드 초기 물량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위드코로나 정착’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 입을 모았다.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초기 물량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물량이 필요한 때 약이 없으면 가장 필요한 집단을 선정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보완적인 용도로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몰누피라비르와 달리, 팍스로비드는 사용 대상을 늘려도 사회적으로 이득이다. 앞으로 관건은 팍스로비드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자국 주의’에서 ‘항바이러스 자국 주의’가 도래했다. (치료제 원리상) 항체 치료제는 변이에 약하고, 원형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기존 백신도 오미크론에서는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항바이러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백신 확보 경쟁에서 미국과 같은 진영에 섰던 호주·일본·인도 등이 혜택을 누렸다. 외교적 노력이 가미 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