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부자 증세론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업가로서 버핏은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절세가 그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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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납부를 미룬 법인세(이연법인세) 누적액이 619억달러(약 68조원)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5배가량 급증했다. 작년 버크셔가 낸 법인세는 총 49억달러다. 수익을 고려하면 79억달러를 내야하는데, 30억달러를 미룬 것이다.
이연 법인세가 급증한 것은 버핏이 그동안 철도나 전력회사 같은 인프라 시설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인프라에 투자하면 자산 감가상각이 끝날 때까지 세금납부를 미뤄준다. 인프라 투자를 장려책 중 하나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혜택 범위가 확대됐다. 버핏은 이 점을 활용해 세금을 늦출 수 있는 기업에 집중투자한 셈이다.
버핏은 납부 기일을 늦춘 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FT는 강조했다. 버크셔가 미국에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지만, 버핏은 이런 절세를 통해 회사에 더 큰 이익을 안긴 것이다.
| 버크셔 해서웨이 연도별 납세액 추이 (그래프=F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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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가 배당을 하지 않는 것도 세금과 관련 있다. 배당할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믿는데다 배당세 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세금을 피하려는 버핏의 노력은 최근에는 주식 교환거래로 진화했다. 수익성 높은 장기 보유 주식을 팔 때 붙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버핏은 프록터앤갬블스(P&G) 배터리사업인 듀라셀을 인수하면서, 47억달러 규모의 P&G 주식을 듀라셀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버크셔의 주주인 휘트니 틸슨 케이스캐피털 창업자는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버핏의 성향이 오랜 성공에 기여했다”며 “진정한 수익은 세금을 공제한 후 챙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