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 11명 범죄혐의 밝혀낸 초임검사[인터뷰]

신종식 의정부지검 검사 활약 들어보니
사법질서 방해사범 등 11명 인지·기소 성과
재범방지, 피해회복 고민에 야근은 일상
"1인분 하는게 목표…범죄 악순환 끊겠다"
  • 등록 2023-12-19 오후 3:41:27

    수정 2023-12-19 오후 7:36:19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초임 검사의 삶은 고달프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업무 처리가 아직 손에 익지 않았는데 난해한 사건은 쏟아지고 검찰 내 궂은 심부름도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동안 사법질서 방해사범 등 총 11명을 재판에 넘기며 혁혁한 공을 세운 초임 검사가 있다.
신종식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 검사 (사진=본인 제공)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신종식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 검사(34세·변시8회)는 “다른 검사들도 똑같이 고생하는데 어쩌다 저만 조명받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로펌에서 3년간 변호사로 일하던 신 검사는 검사들이 항상 밤늦게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에 큰 호기심을 가졌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검사의 길을 걷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피해자 조력, 범죄수익 환수 등 공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서 검사가 하는 일의 매력을 깨달았다”며 “범죄자를 벌주는 것뿐만 아니라 재범을 막고 피해를 회복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된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신 검사는 최근 2개월 동안 △뺑소니를 저지른 친구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사범 △국가가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위증하고 허위 확인서를 제출한 위증·소송사기미수 사범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에게 욕설한 법정모욕 사범 등 총 11명의 혐의를 밝혀내 재판에 넘겼다.

특히 사법질서방해 범죄는 국가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피해자의 큰 고통을 초래하지만, 수법이 지능적이어서 혐의 입증이 비교적 까다로운 범죄로 꼽힌다. 검찰 내부에서도 신 검사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일례로 신 검사는 한 사기 혐의 피고인이 과거에도 비슷한 혐의로 여러 번 수사받았지만 끝내 처벌을 피해 간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과거의 사건기록을 전면 재검토해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흔적을 발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해 자백을 받아냈다.

신 검사는 “사회 초년생인 피고인은 조사 내내 눈물을 흘렸다, 가정환경이 굉장히 불우했고 빈곤 때문에 범죄행위에 손을 댔다”며 “처벌을 받은 뒤엔 어떻게 올바른 사회인으로 되돌아가고 다시는 죄를 안 저지르게 할지 처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조사가 끝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검사는 구속 기소된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숨긴 범죄수익 5700만원을 찾아내 전액 환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은닉 자금을 추적하던 신 검사는 피고인의 아버지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세탁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신 검사는 “막상 출석한 아버지를 보니 나이가 굉장히 많고 생활도 힘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처음엔 아들을 무작정 감싸기만 했지만 여러 차례 조사에서 ‘아버지로서 올바른 역할을 해달라’고 거듭 설득했다”며 “결국 범죄 수익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숨겨졌는지 자백했고, 숨겨놨던 현금을 자진해서 더 가져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어디에 자랑해도 부끄럽지 않을 성과를 거둔 신 검사는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일단 1인분 할 수 있는 검사가 되고 싶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많은 검사들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책임감을 갖고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저도 얼른 1인분을 맡는 검사가 돼 그 부담을 나눠서 지고 싶다”고 말했다.

신 검사는 이어 “범죄자가 합의금을 벌 목적으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잘못된 사례를 굉장히 자주 접했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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